‘로잔 후예’ 자처하는 복음주의자들, 한국 대회를 염려하다

입력 2023-12-18 17:58 수정 2023-12-19 13:55
‘로잔대회 유치와 한국교회의 과제 2차 집담회’가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교회에서 열렸다.

내년 대한민국 인천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지원 활동에 나섰다. 대회를 향한 애정 어린 비판도 뒤따랐다.

국제복음주의학생회(IFES·대표 김종호), 성서한국(대표 구교형), 인터서브코리아(대표 조샘 선교사), 청년신학아카데미(문지웅 목사),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이강일 목사)가 공동으로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교회(홍수근 목사)에서 ‘로잔대회 유치와 한국교회의 과제 2차 집담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30일 50여명이 온라인 줌으로 모여 비공개로 1차 집담회를 가졌다. 이때 나온 발언들을 토대로 ‘한국 복음주의자들의 고백’의 초안이 작성됐고 2차 모임은 초안을 검토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한국 복음주의자들의 고백’은 이날 모인 평가와 조언을 종합해 완성한 뒤 다음 달 발표할 방침이다.

초안은 동아시아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개최됨을 환영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온 교회가 전해야 한다는 로잔의 하나님의 선교 정신이 한국교회에 전달됨을 기뻐한다”며 “로잔대회를 계기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삶에서 총체적 변화를 경험하고 제자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았다.

대중의 신뢰를 상실한 한국 기독교의 부끄러운 모습과 가나안 성도 현상, 교회의 근본주의 입장 고수, 로잔 정신을 개인전도와 해외선교로만 선택적으로 수용해 온 데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이어 ‘동아시아 국제관계’, ‘분단 현실’, ‘양극화’, ‘생태환경 위기’,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 등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주목할 의제를 제시하고 하나님의 제자로서 헌신하고 인내하며 선교 도구로 헌신할 것 등을 다짐하는 내용이 뒤따른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조샘 인터서브코리아 대표는 “우리는 로잔 운동의 총체적 선교 정신에 동의하는 한국의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이라며 “한국교회를 돕고, 세계 교회가 로잔 정신을 잃지 않도록 소통하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제4차 로잔대회 준비위원회에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에는 로잔 정신의 연속성과 적실성, 현장성, 확장성, 윤리성에 대한 기대감이 담겼다. 이 가운데 확장성 측면에서 “로잔의 한국 개최가 알려진 후 로잔 운동을 소개하는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교회 전반의 관심과 기대는 부족해 보인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이들은 “대형교회 중심의 운영구조와 높은 등록비 등은 일반 관심자들에게 소외감을 주었다”며 “여성과 청년 세대는 자신들의 쟁점과는 무관한 기성세대 사역자들의 대규모 선교 집회로 이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단순히 홍보 부족의 결과가 아니라 그간 로잔의 총체적 선교 정신을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계층의 관심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로잔 운동에 참여할 방법이 생겨서 로잔 정신이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