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대수가 처음으로 9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기아의 SUV인 쏘렌토가 월간 판매량에서 부동의 1위로 여겨졌던 현대차그룹 준대형 세단 ‘그랜저’를 제치했다. 전문가는 SUV가 캠핑과 레저 문화의 확산으로 각광받던 중 하이브리드 SUV가 나오면서 판매가 더 늘고 있다고 봤다.
1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최근 10년간 외형별 신차 등록 대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레저용 차량(RV)를 포함한 SUV 신규 등록 대수는 85만6362대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인 83만7948대를 이미 초과했다. 특히 2014년 이후 역대 최대 판매량이다. 게다가 1년 중 4분기의 신차 판매량이 통상 많으며, 올해 월평균 SUV 등록 대수가 7만7851대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SUV 등록 대수는 9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SUV 시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세단형 차량에 밀렸다. 지난 2014년 통계를 살펴보면 SUV 신차 판매량은 46만470대였다. 33%에 불과했던 판매 비중은 2017년에 40%를 넘겼으며, 2021년에는 절반 이상을 넘기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1~11월 기준을 보면 전체 차량 등록 대수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61.4%다. 연간 SUV 점유율도 올해 처음으로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와 기아의 SUV가 자동차판매 부동의 1위로 여겨졌던 현대차의 그랜저를 앞질렀다. 기아 쏘렌토는 9364대로 전체 차종 중 1위였다. 현대차의 싼타페는 2위로 8780대, 그랜저는 7890대로 3위였다.
SUV 인기가 이렇게 높아진 데에는 엔진의 다양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1월까지 판매된 쏘렌토는 7만7743대인데 이 중 5만1818대가 하이브리드(HEV)였다. 지난달에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이 국내에서 7440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체 판매량의 79%였다. 같은 기간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6993대가 판매됐는데,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은 79%였다.
쏘렌토와 싼타페는 각각 기아와 현대차를 대표하는 SUV 모델이다. 특히 쏘렌토는 부분변경과 싼타페는 완전변경을 통해 신형 모델이 출시돼 주목도가 높아졌다. 연비가 안 좋다는 것이 단점으로 여겨졌지만, 이 역시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택해 판매량이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1~11월 판매량을 살펴보면 아직 그랜저가 10만4652대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쏘렌토와 싼타페 판매량을 합치면 12만1404대다. 국내 상위 10개 차종 중 SUV(미니벤 포함)는 6종이었으며, 세단은 4종이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SUV는 이전부터 캠핑과 레저 문화 등 차박과 ‘차크닉(차와 피크닉의 합성어)’의 인기가 급증함에 따라 판매량이 늘었다”며 “연비 때문에 SUV를 구매하기 망설였던 구매자층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