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은 황정민… ‘43년을 기다렸다’ 팻말에 오열

입력 2023-12-18 15:12
X(구 트위터) 캡처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누적 관객수 9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주연 배우 황정민씨가 광주를 찾아 무대인사를 하던 중 눈물을 흘렸다.

18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 황정민 이성민 박해준 등은 전날 광주광역시 영화관 8곳을 돌며 무대인사를 진행했다. 당초 황정민과 김성균은 광주 무대인사에 불참할 계획이었지만 당일 오전 막판에 합류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황정민이 눈물을 흘리며 무대인사를 하는 모습이 확산했다. 황정민은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작품에 임했다”고 말하다가 울컥하며 급하게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성민은 “그 마음이 어떤지 저희는 알 것 같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라며 “상상도 못하던 천만이라는 숫자가 다가오는 상황이, 그동안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 203번째(무대인사 횟수) 관객을 만나는 순간까지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정민씨가 그러니까(우니까) 저도 이야기하는 내내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이성민이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황정민은 고개를 숙여 감정을 추스르려고 애썼다. 그러다 아예 스크린 쪽으로 몸을 돌려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황정민이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은 관객들이 들고 있던 손팻말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관객들은 ‘서울의 봄이 광주에 오길 43년 동안 기다렸습니다’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5·18 광주 학살 책임자이던 전두환을 연기한 주연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공감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서울의봄은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당일 밤만을 다룬다. 하지만 전두광의 실제 모티브인 전두환은 반란 직후인 1980년 5월 17일 시국 수습을 명목으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최소 606명이 숨졌다.

한편 황정민과 함께 출연한 정우성은 “무대인사를 들어가면 여지없이 사과를 먼저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이 돼 있었다. 사과를 하며 욕을 먹으면서(도) 기분은 좋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