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오일 ‘깜짝 증산’…OPEC+ 감산 무력화

입력 2023-12-18 07:34 수정 2023-12-18 09:24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깜짝 증산이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의사결정이 자유로운 비상장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크게 늘려 러시아와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가격 담합을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4분기 미국 원유 생산량이 에너지정보청(EIA) 예측을 뛰어넘었다”며 “(증가분은) 전 세계 원유시장 공급에 남미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추가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EIA은 최근 단기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326만 배럴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예측한 하루 1251만 배럴보다 75만 배럴가량 증가한 수치다. 미국 내에서 4분기에만 6800만 배럴 이상 증산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증가는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키며 가격 폭락을 막으려고 공급을 억제하려는 산유국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 셰일 업계가 석유 카르텔의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감산 결정 등 여파로 지난 9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르게 급등했다. 그러나 대형 셰일업체들은 주주환원을 우선시하며 증산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비상장 셰일오일 업체들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생산량을 가장 많이 늘린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 10개사 중 7개사가 비상장사였다. 비상장사인 뮤본오일, 엔데버 에너지리소시스 증산량은 미국 최대 에너지 업체인 엑손모빌 증산량을 능가했다.

시추 기술의 발전도 세일오일 업계의 증산에 영향을 미쳤다.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의 경우 최근 3년 새 평균적인 유정에서 셰일오일을 뽑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19.5일에서 11.5일로 40%가량 단축했다.

블룸버그는 미 셰일 업계의 증산 영향으로 주요 산유국의 최근 추가 감산 결의도 무력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지난달 말 하루 220만 배럴 규모 자발적 감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국제유가 내림세를 막지 못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페르난도 발레 분석가는 “미국의 셰일 성장,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회복은 내년 1분기까지 적용하기로 한 OPEC+ 감산 결정을 효과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