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돈과 시간 이용해먹는 ‘장기백수’… 답답해요”

입력 2023-12-18 00:02 수정 2023-12-18 00:02
드라마 '백수세끼'의 한 장면.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티빙 캡처

오랜 기간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는 ‘장기백수’들이 가족들의 돈과 시간을 이용해먹으며 삶을 유지한다는 주장이 논란이다.

18일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집 안에 있는 장수생, 장기백수들 특징’이라는 A씨 글이 확산했다.

A씨는 글에서 “지인 6명이 모였는데, 무슨 우연인지 다들 집 안에 장수생이나 장기백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며 “함께 얘기하던 중 공통적으로 나온 그들만의 특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들은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참견 말라’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알아서 하지 않는다”며 “부모와 가족들의 경제적·시간적·물리적·정서적 자원들을 야금야금 착실히 이용해먹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항상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며 “가족들은 그 부족한 지원마저 짜내고 짜내서 나눠주는 것인데, 정작 집이나 가족을 위해 돈·시간을 써야 할 때는 모른 척한다”고 적었다.

A씨는 적지 않은 이들이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비판했다. 그는 “공부든 취준이든, 어떤 활동이든 간에 뭔가 하고 있어 바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그러면서도 사방에는 자신이 힘들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고 했다.

A씨는 “그들은 이런 비판을 들으면 ‘내가 사라지면 되겠네’라고 말하지만 절대 그러지 않는다”며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백수와 장수생들이 이런 특징을 보인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A씨 글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우선 글에서 설명된 이들의 특징이 ‘무기력증’이라며 이해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 네티즌은 “실패에 대한 공포가 크면 도전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을 무작정 비판하기보다는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본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글로 ‘백수혐오’를 할 필요가 있나” “고작 자기 밥벌이하는 게 뭐 대수라고 다른 사람 욕을 하는가. 이런 면들이 모여 자살률 1위 국가를 만드는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반면 글에서 언급된 이들이 ‘비빌 언덕’이 있어 이 같은 생활을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모 형제로부터 생활비가 꼬박꼬박 나오니 취업에 절박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난리인데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적었다.

A씨가 언급한 ‘장기백수’의 존재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발표한 ‘2023년 11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20대 34만8000명, 30대 24만1000명이었다.

‘쉬었음’은 말 그대로 경제활동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집에만 있었다는 뜻이다.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서 육아·가사·재학·연로·심신장애 등 사유가 없는 이들이 해당한다. 특히 15~29세 ‘쉬었음’ 응답 인구가 올 들어 50만명에 육박하며 2003년 1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