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들은 내년에 ‘예·적금’과 ‘주식’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부자 400명 중 90% 이상이 내년에 더 많은 돈을 넣을 투자처로 예·적금(24%)과 주식(21%)을 꼽았다. 다만 주식의 경우 조사 기간(지난 7~9월) 코스피 지수 상승 폭이 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되면 채권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부자도 많았다.
향후 1년 이내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는 주식(47.8%)과 거주용 주택(46.5%), ‘금·보석’(31.8%), ‘거주용 외 주택’(31%) 순으로 꼽혔다. 거주용 주택은 부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단독 주택, 다가구 주택을 뜻한다. 거주용 외 주택은 투자 용도 아파트 등이다.
자산 규모에 따라 선호하는 투자처는 다소 달랐다. 주식은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부자가 유망하다고 봤지만 거주용 주택은 ‘50억원 미만’ 보유자(52.7%)가 ‘100억원 이상’(32.8%)보다 더 유망하다고 생각했다. 거주용 외 주택은 100억원 이상 보유자(49.9%)의 선호도가 50억원 미만(24.2%)보다 높았다.
부자들은 해외 주식보다 국내 주식을 더 선호했다. 국내 주식에 대해 ‘투자 의향이 매우 있다’거나 ‘약간 있다’는 응답률은 74.8%로 해외 주식(41.8%)보다 33% 포인트 높았다. 이는 개별 주식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환율 변동 등에 대비할 때 국내 주식이 더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 중 유망한 섹터로는 ‘전기차·배터리’(43%), ‘반도체·디스플레이’(32%),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29.5%)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이는 조사 시점에 전기차와 이차 전지 등 배터리 주식이 인기를 끌었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이 본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는 미국(30.3%)이다. 부자들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투자하고 있는 국가로는 미국(31.9%)과 유럽 연합(10.5%) 순으로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로는 주택(거주용 44.3%, 거주용 외 32.3%), 주식(44%), 금·보석(32%)이 지목됐다. 1년 전만 해도 후순위였던 주식(31%)과 금·보석(26.8%)이 떠오르고 ‘빌딩·상가’(38%), ‘토지·임야’(35.8%)는 선호도가 낮아졌다.
연구소는 “금리가 오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는 등 세계 경제와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부동산보다 기업 가치에 기반한 개별 주식, 안정적인 금·보석의 순위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