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입단식을 시작으로 미국 생활에 첫발을 뗐다. 샌프란시스코(SF) 구단은 야구계와 팬들의 관심을 반영한 듯 이정후의 반려견까지 소개하며 선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SF 입단식에서 정장 차림에 팀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넥타이를 한 채 단상에 올랐다.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SF 유니폼과 모자도 받았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사용했던 등번호다.
이정후는 영어로 “헬로, 자이언츠. 나는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다”라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뤄 기쁘다.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는 인사를 전했다.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아버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 덕분에 따라붙은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의 뒤에 따라붙을 전망이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한 이정후는 KBO 통산 884경기에 나서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6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98 등 기록을 남겼다. SF와는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6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몸값이다. 또 2027년이 끝난 뒤 구단과 선수 간 합의를 통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삽입됐다.
파르한 자이디 SF 사장은 “자이언츠 역사에 남을 대단한 날이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최고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며 “우리 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정후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SF 구단은 대대적인 이정후 알리기에 나섰다. 구단 X(옛 트위터) 계정에 한글로 ‘자이언츠’라고 적힌 대문 사진을 걸었다. 구단 인스타그램 등에는 이정후의 반려견 ‘까오’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정후는 “역사가 깊고 레전드 선수가 많은 전통의 SF에서 뛰게 돼 영광이다”라며 “팀 승리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정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SF는 내년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샌디에이고와 4연전을 갖는다. 이정후는 “정신적 지주였던 하성이 형과 맞붙게 돼 신기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