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부가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영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6일 국민일보에 “지금의 국민의힘 위기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인사는 여권 인사 중에서 가장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한동훈 장관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부 사이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론’이 공감대를 얻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한 뒤부터 줄곧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전날 긴급의총을 연 국민의힘은 오는 18일 긴급 당협위원장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전국 당협위원장 뜻을 모아 비대위원장을 정한다는 취지다.
이에 당 사무처는 전국 당원협의회에 ‘오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당 현안 관련 의견 청취를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전국 시·도당위원장, 당협위원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국 당원 대표의 총의를 모아 비대위원장을 정해 대표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며 “18일 회의에서 다수 의견이 한 장관으로 모인다면, 이르면 다음주 비대위원장 인선이 완료될 수 있다”고 했다.
당초 정치권은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선대위원장 후보에도 올랐다. 반면 한 장관에게 주어질 것으로 보이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비상 시국을 돌파해나갈, 사실상 당 대표 격 자리다. 장관 생활 1년 6개월이 정치 경력의 전부인 한 장관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만 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비윤(非尹)계의 불만을 어떻게 넘냐는 숙제로 남아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논란이 커지며 이들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한 장관이 당 지휘를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실제 15일 의원총회에서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김성원 의원은 “이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분이 한 장관이다. 삼고초려해서 모셔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성호 의원도 “인지도와 참신함, 공감 능력, 언론 소통 면에서도 한 장관이 제일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김웅 의원은 “우리가 국민의힘이냐, 용산의힘이냐. 왜 짜고 나와서 한동훈을 밀려고 하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에 빗대 “여러분이 우리 당의 새로운 김주애를 올리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용호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는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이고, 한 장관같은 새로운 인물이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은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직접 이름을 거명한 분도 있고 기준을 이야기한 분들도 있는데 여러 가지 의견을 들었다”며 “의원들이 내가 처음 제시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준인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나 실력을 갖춘 분’이라는 기준에 대부분 공감해주셨다. 그 기준에 맞는 분을 뽑는 데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앞으로도 듣겠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