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진단해 환자 사지마비…의사 대법서 유죄 확정

입력 2023-12-15 20:41
국민일보DB

환자의 병명을 잘못 진단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뇌병변장애를 입게 한 의사가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최종 확정 받았다 .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4일 업무상과실치상, 의료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상 주의의무, 인과관계, 의료법 제22조 제3항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 차였던 김씨는 2014년 9월 11일 오전 1시쯤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A씨(당시 65세)가 대동맥박리 증상을 보이는데도 단순한 급성 위염으로 판단해 퇴원시켰다.

김씨는 심전도검사 등에서 별다른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자 진통제만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흉부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에게는 심전도검사, 심근효소 검사 이외에도 대동맥박리, 폐색전증 등을 감별하기 위해 흉부 CT 검사 또는 경식도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김씨는 해당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같은날 오전 5시29분쯤 통증이 완화된 A씨를 별다른 조치 없이 퇴원시켰다.

이후 A씨는 같은날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 소재 딸 집에서 대동맥박리의 진행으로 인한 양측성 다발성 뇌경색이 발생해 의식을 잃게 됐고, 결국 인지기능이 없어지고 사지가 마비되는 뇌병변장애의 상해를 입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딸이 등 쪽 통증을 이유로 심장 내과 의사의 진료를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으나 김씨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딸은 10년 이상 경력의 간호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씨는 2014년 9월 24일 환자에 대한 경과 기록을 작성하면서 흉부 CT 검사를 권유한 적이 없는데도 마치 환자의 보호자가 권유를 거절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받았다.

1심 법원은 김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흉부 CT 검사 등 추가 검사를 했다면 피해자의 대동맥박리를 진단할 수 있었고, 피해자가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대동맥박리를 조기에 진단받았을 경우 피해자가 적기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김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판결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필수·응급 의료의 몰락을 초래하는 과도한 판결로, 필수의료 사망선고와 같다”고 반발했다.

의협은 “전문가로서 역할 수행을 위해 수련 및 임상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1년 차 전공의 시절, 환경이 열악한 응급실에서 이뤄진 진단 오류”라며 “사실상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결이) 위험진료과목과 위험환자 기피 및 철저한 방어진료로 귀결돼 의료 전체의 위기가 될 것”이라며 “응급의료인의 응급의료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며,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책 법안도 조속히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