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 순천지청, 상해죄로 송치된 아내 살해 남편…살인죄 밝혀 내

입력 2023-12-15 19:19

수십년간 함께 살던 아내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아내의 사망원인을 밝히지 못해 폭행에 의한 상해죄로만 송치했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2년 만에 살인죄를 밝혀낸 것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수사하고 기소했던 해당 사건은 남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함에 따라 1심 선고 재판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아닌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와 검사의 의견, 피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일반 재판으로 진행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1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1)에게 징역 1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2월 4일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 사이, 전남 고흥군 자택에서 32년간 함께 살아온 사실혼 관계의 아내 B씨(66)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사건 전날 A씨가 아내를 때린 건 맞지만, 살인을 저질렀다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부검에서 B씨의 사인이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하고, B씨의 손톱에선 A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방어흔이 존재하는 것을 파악했다.

또 A씨에 대한 법의학 감정을 통해 심리를 분석한 결과, 금융계좌내역, 관련 전과 기록 등을 토대로 A씨를 상해가 아닌 살인죄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당일 혼자 술을 마셨고, 새벽에 깼는데 아내가 제 양손을 잡고 숨을 쉬지 않았다”며 “너무 놀라서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집밖으로 뛰쳐나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요청, 119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검찰이 정확한 증거도 없이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한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유형력을 행사했고 과거 경제적인 이유로 갈등을 겪다 폭행을 저질렀다는 점, 다른 변수가 없는 상황인 점 등을 종합해보면 공소사실이 부합된다”며 징역 20년형을 구형했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검찰은 피해자가 경부압박질식사로 사망했음에도 경찰에서 상해죄로 송치한 사건을 법의학 감정,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등 과학수사를 통해 피고인의 살해 행위, 살인 고의를 규명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수사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담당하면서 부검의 진술 확보, 법의학교수의 증언,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감정증언을 통해 피고인의 유형력행사의 존재, 제3자의 침입가능성이 없는 점, 부검결과가 경부압박질식사로 자연사 혹은 질병사와는 그 사인이 다르고, 이는 사람이 음식 등을 먹고 기도가 막혀 사망하는 ‘비구폐색질식사’와도 다른 점을 입증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하고 제시한 각종 증거 등을 받아들여 A씨가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냈다.

검찰이 제시한 해당 사건의 주택의 담장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구조인 건 맞지만 외부침입의 흔적이 전혀 없는 점, 피해자가 외출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 점, 집 안에는 이들 부부만 유일하게 머물고 있던 점 등을 토대로 살인죄로 판단한 것이다.

또 검찰의 주장대로 피해자의 온몸에 상처가 있고, 피해자의 손톱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된 것은 ‘일상적이지 않은 방어흔’인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피해자와 이혼 후 다시 사실혼 관계로 지내왔지만 피해자의 대출금을 모두 부담하는 등 여전히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이 남아 있었다”면서 “모든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은 살인 동기가 전혀 없지 않았고, 술에 만취해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에게 장례비, 유족구조금 및 법정모니터링 등을 지원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제1심 판결의 구체적인 판결이유, 유족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조만간 항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 과학수사 기법을 적극 활용해 실체진실을 규명하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엄정 대처하겠다”면서 “특히 피해자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