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재판지연, 법원장부터 솔선수범”…법원장 추천제 손질 유력

입력 2023-12-15 17:56
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첫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특히 법원장들이 솔선수범해서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한 사법부의 노력에 앞장서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인 법원장들은 ‘재판 지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했다. 전국 6개 고등법원과 18개 지방법원, 행정·가정·회생법원 등 37개 법원 법원장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모였다. 조 대법원장 취임 후 첫 법원장 회의인 만큼 법원장 전원이 참석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 방안’ ‘안전한 법원 구현을 위한 보장 방안’ 등이 주요 논의 안건으로 올라왔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법원에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재판 지연 해소를 꼽았었다. 그는 법원장 회의에서도 “늦었지만 우리는 사법부가 직면한 재판 지연이라는 최대 난제를 풀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며 “법원장님들의 지혜와 경륜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자유 토론에서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논의됐다. 법원장 추천제가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데다 내년 2월 법원 인사를 앞두고 있어 시급한 정리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현행 유지, 철폐, 일부 손질 세 가지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손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장 추천제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추진한 사법 개혁 정책 중 하나다. 지방법원 소속 판사들이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2~3명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그중 법원장을 임명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대법원장이 근무 평정 등을 토대로 법원장을 임명했지만, ‘사법부 민주화’를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2019년 도입됐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법원장 추천제가 아닌 ‘법원장 인기투표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원장 후보군에 있는 고위 법관이 법원장이 되려면 후배 판사들의 표가 필요해 쓴소리보다는 눈치를 살피게 됐고 신속한 재판 심리를 독려할 수 없게 된다는 취지다.

한 재경법원 부장판사는 “추천제라는 골격은 유지하되 투표 절차는 없애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각 법원 판사들의 투표는 생략하되 ‘대법원 법원장 인선 자문위원회’가 전국 단위에서 판사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대법관 천거 제도와 유사한 방식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날 법원장 의견들을 수렴해 다음주 구체적 방침을 확정할 전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