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의식 불명에 빠지게 한 이른바 ‘아영이 사건’에 대해 병원 측이 부모에게 위자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9민사부는 아영이 부모가 산부인과 신생아실 간호사 A씨와 병원 원장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재산상 손해배상·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총 9억4336만원을 아영이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재산상 피해 금액 7억3000만원과 정신적 손해배상 1억5000만원 등이다. 이는 원고의 청구 금액(13억9069만원)의 67% 정도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민사재판에서는 이미 확정된 형사재판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한 사실이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된다"며 "피고인들의 불법 행위는 '고의나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피고 A씨는 불법 행위의 행위자로서, 피고 B씨는 A씨의 사용자로서 망인과 원고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아영(당시 4세)양은 2019년 10월 부산 동래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태어난 지 5일째에 신생아실 30대 간호사 A씨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뼈가 골절되는 등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
아영양은 4년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통원 치료를 했고, 지난 6월 뇌사 판정을 받았다. 부산 양산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또래 환자 4명에게 심장, 폐장, 간장, 신장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아영양의 부모는 장기기증을 앞둔 딸에게 편지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경찰이 병원 내 폐쇄회로(CC)TV를 조사한 결과 A씨는 아영 양의 얼굴을 수건으로 때리거나 발목을 잡고 거꾸로 들어 올리는 등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 A씨는 2019년 10월부터 총 14명의 신생아를 20차례 학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간호사 A씨는 업무상 과실치상·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의 원심판결을 확정받았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