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대화에서 자신을 생성한 인공지능(AI)을 소개했다. ‘AI 푸틴’으로부터 “당신에게 대역이 많느냐”는 질문을 받은 푸틴 대통령은 잠시 당황해 발언을 멈춘 뒤 “나처럼 말할 수 있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고스티니드보르에서 대국민 대화 격으로 연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4시간 넘게 기자, 방청객의 질문을 받고 답했다. 이 행사에서 AI로 생성한 자신의 영상을 소개했다. 방송 화면에서 나란히 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AI 푸틴’은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당신에게 대역이 많이 있는가. 또 AI의 위험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행사장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푸틴 대통령은 AI로부터 뜻밖의 질문을 받은 듯 잠시 발언을 멈춘 뒤 “당신은 나처럼 말하고 내 목소리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나처럼 말하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것은 바로 나”라고 했다.
만 71세로 최근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고,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 세계에서 전쟁 범죄자로 여겨지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대역을 사용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다만 이런 의혹을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 크렘린궁은 부인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AI 푸틴’을 “내 첫 번째 대역”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AI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앞장서 (AI 확장의) 과정을 이끌고, 선두권에 들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