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워 이른바 ‘탄압 인사’로 분류되는 류삼영 전 총경과 해병대 박정훈 대령이 만났다. 류 전 총경은 윤석열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고 사표를 낸 인물이고, 박 대령은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다 숨진 고 채모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인물이다.
류 전 총경은 지난 14일 부산에서 자신의 책 ‘나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박 대령이 참석했다.
류 전 총경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대령과 만난 사진을 공개하며 “저의 출판기념회에 박정훈 대령이 오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불편함이 있을 텐데 ‘형님 새로운 일 시작하시는데 편하게 축하드리러 가겠습니다’ 한다. 역시 당당하다”며 “만나보니 참 맑은 사람이었다. 세상을 상대로 거침없이 싸워나가는 강인한 전사의 내면이 이리 고요하구나 놀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그야말로 ‘동병상련’의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류 전 총경과 박 대령 모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웠던 인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영입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인물들이다. 류 전 총경은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 “총선 출마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류 전 총경은 지난해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인사에서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나자 ‘보복성 인사’라고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 대령은 지난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 사고 초동조사를 맡았던 수사단장이었다.
박 대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사건 조사보고서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뒤,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하지만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같은 날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되고 수사단장직에서 해임됐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처리 과정에 국방부 관계자 등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