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으로 수업에 빠진 학생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로 고발당한 대학 강사가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행법상 교육자 개인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함께 고발당한 대학 총장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8일 예비군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외국어교육센터 책임연구원 이모씨와 한국외대 총장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5월 외국어교육센터의 ‘방과 후 토익 기본반’ 강사로 일하면서 예비군 훈련으로 수업에 1회 불참했다는 이유로 최고 득점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준 혐의를 받는다.
피해 학생은 총점 99점으로 동점자 2명과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결석을 이유로 최우수 수료자가 아닌 우수 수료자가 됐다. 이에 결과적으로 장학금을 7만원 덜 받게 됐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한 단체는 지난 6월 이씨와 한국외대 총장을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예비군법 제10조의2는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장이 학생이 예비군 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받는 기간을 결석 처리하거나 이를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와 한국외대 총장 모두에게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일단 이씨에 대해서는 범죄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예비군법은 처벌 대상을 교육자 개인이 아닌 학교장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법 적용 대상이 되는 학교장에 해당하는 한국외대 총장에 대해서도 관련 의무를 다했다고 봤다. 총장은 학기 초부터 예비군 훈련을 받는 학생들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속해서 보냈다. 또 예비군 훈련을 받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직접 버스를 대절하는 등 의무를 다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다만 대학 측도 피해자에게 불리한 대우를 한 점은 시인했다. 한국외대는 “해당 수업이 비정규 교육과정이라 운영상 미숙함이 있었다”며 “피해 학생은 시정조치를 통해 최우수 수료자로 정정했고 본래 받아야 할 장학금 12만원을 줬다”고 전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