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 2명이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넘게 지나서야 온라인을 통해 사건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되자 관할 교육지원청은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 학생의 가족들은 “시간을 끌며 사건을 덮으려 한 학교와 교육청에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천안 초등학교 집단폭행’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초등학생 딸을 둔 40대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 A씨는 “딸이 또래 남학생 3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고, 18명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집단 폭행은 지난 9월 27일 학교 안에서 발생했다. 한 남학생이 자신의 여자친구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A씨의 딸을 때렸다는 것이다. YTN이 공개한 폭행 당시 영상에는 남학생 1명이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아끄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남학생이 발로 이 여학생의 배를 차는 모습도 보인다. 남학생들이 여학생 2명의 머리채를 잡고선 두 사람의 머리를 강제로 부딪치게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A씨에 따르면 폭행에 직접 가담한 남학생을 3명이다. 그리고 18명의 학생들이 이 폭행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A씨는 “폭행당한 후 딸이 한 달 반을 두려움에 혼자 끙끙 앓다가 11월 9일 담임선생님에게 신고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얼마나 치욕스러운지 자살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신고 이후 학교 측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일부 가해 학생이 A씨의 딸에게 다시 접근해 ‘어떤 중학교를 가든 학교생활을 못 하게 해주겠다’는 취지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예상컨대 처벌은 약할 것이고 가해자와 같은 학교 다닐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분이 풀릴지 모르겠다”며 “망신이라도 줘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이사 가서 다른 학군으로 보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녀분들을 유심히 관찰하여 보살펴 달라”고 당부했다.
A씨의 딸과 함께 폭행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의 언니 B씨는 “학교 측에 학폭위를 열어달라고 여러 번 전화했지만 핑계를 대며 조용히 덮으려고 했다”며 “한 달 반 가량을 질질 끌며 덮으려고 한 학교 측과 교육청에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빨리 이 사건이 공론화 돼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천안교육지원청은 조만간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