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확대만 노리는 OTT… 광고 없는 요금제 속속 인상

입력 2023-12-16 06:0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잇달아 ‘광고 없는’ 구독 서비스의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단순히 회원 수를 늘려 구독료를 받는 기존 수익 모델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서다. 광고 시장이 점차 회복할 기미를 보이면서, ‘광고형 요금제’를 확대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OTT 가입자들로서는 요금 부담만 커진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2일 월 9500원의 ‘베이식 멤버십’의 신규 가입 접수를 중단했다. 이 멤버십은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하다. 앞으로는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가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보려면 최소 월 1만3500원의 ‘스탠다드 멤버십’을 택해야 한다. 사실상 요금을 인상한 것이다. 1만원 미만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월 5500원의 광고형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앞서 유튜브도 광고 없이 동영상을 시청하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한 번에 43%가량 올렸다. 국내 OTT 중 티빙도 이달부터 기존 요금제를 약 20% 올렸고, 내년부터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OTT 업체들이 광고를 안 봐도 되는 요금제를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광고형 요금제라는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6일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이라며 “이제 구독료 중심의 사업 전략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OTT 업계에서는 구독 가입자 수가 이미 포화 상태라는 진단도 나온다. 일례로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1년부터 1100만~120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여러 명이 하나의 계정을 쓰는 계정 공유 제한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광고형 요금제의 수요는 확인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지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형 요금제가 출시된 국가에서 전체 가입자 중 30%가량이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OTT가 일종의 ‘광고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하며 수익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는 ‘2024 트렌드 리포트’에서 “OTT는 다양한 타깃과 시청 데이터를 보유한 광고 미디어”라며 “광고 요금제는 업계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광고 없는 요금제를 한 번 이용하면 광고 있는 서비스로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시장 분석 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미국 스트리밍 고객 4분의 3이 광고를 건너뛰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