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들 상대 접대 비용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고 법정 진술했다.
남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박 전 특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사들에게) 술을 사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씨는 당시 변호사 1명당 100만~150만원씩, 한 번에 1000만원 이상의 돈이 들었고 그런 술자리가 10번 이상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 전 특검 측 변호인은 남씨가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언급하면서 “변호사들에게 술을 사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사실이 (현금 3억원을 줬다는 것보다) 더 감추기 쉬웠을 것 같은데 감추지 않고 진술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남씨는 “그게 감춰야 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남씨가 박 전 특검에게 변협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하기 전에 변호사 접대 비용으로 약 1억5000만원을 지출했다고 먼저 진술한 점을 두고 진술 신빙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남씨는 “수사가 진행되기 전에는 변호사들이었기 때문에 선거자금을 조금 준다는 게 문제가 된다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 다만 고검장님(박 전 특검) 면이 있으니 굳이 그런(현금 3억원) 얘기까지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말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남씨는 이후 검찰 수사관에게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협 선거자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박 전 특검 메모가 발견됐다는 얘기를 듣고 현금 3억원에 관해서도 진술했다고 증언했다.
변호사 접대 비용의 출처를 따지는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박 전 특검 변호인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언급하면서 “(2014년 12월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증인에게 ‘돈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남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은 “당시 자금을 마련해주던 이모씨가 자금을 주지 않고 미국에 가서, 유씨에게 금품을 주지 못하고 대장동 사업을 중단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남씨를 추궁했다. 이씨는 분양대행업자이자 박 전 특검 인척으로, 남씨가 자금원으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그러자 남씨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유씨 등이 2014년 7월부터 저를 제외하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돈을 못 줘서 사업 진행이 안 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고, 저를 사업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저런 상황을 발생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특검 측은 당시 대장동 사업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남씨가 변협회장 선거에 큰 비용을 썼다고 주장한 점을 파고들었다. 변호인은 “증인 입장에서는 사업이 중요하고 박 전 특검의 변협회장 선거는 부차적인 문제인데 돈을 쓰려면 당장 급한 사업을 위해 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남씨는 “(대장동 사업이 어렵다는 건) 유씨가 만들어낸 상황”이라며 “따로 2억~3억원 정도를 늘 가지고 있었다. (박 전 특검 선거를 위해) 변호사들에게 술을 살 돈 정도는 있었다”고 반박했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회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사업 관련 청탁 대가로 거액을 약속받고 일부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또 2015년 변협회장 선거를 위해 남씨로부터 현금 3억 원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1일에 열린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