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지역사회…농촌교회서 해결책 찾다

입력 2023-12-14 16:30 수정 2023-12-14 16:30
김정하(왼쪽) 낙동신상교회 목사가 지난 10월 경북 상주 신상1리에서 주민들과 함께 마을 거리를 꾸미고 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낙동신상교회 제공

농촌교회로 부임한 2013년 무렵이었다. 경북 상주 낙동면 신상1리는 주민 183명이 살고 있는 한적한 시골 동네였다. 지방 소멸 얘기가 오르내러던 당시 김정하 낙동신상교회 목사는 교회보다 마을을 먼저 살릴 것을 제안했다. 당장 교회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교회의 본질을 생각했다. 이어 “교회는 이웃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교회가 죽어도 좋으니 마을을 살려야 한다”며 교인들을 재차 설득했다. 그렇게 김 목사와 교인들은 주민과 함께 마을을 가꾸기 시작했다. 어두침침했던 마을 길과 폐가 문제를 같이 해결했다. 귀농·귀촌상담소와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면서 주민뿐 아니라 외부에서 이주한 귀농인들에게도 도움을 줬다. 결국 주민은 지난해 기준 189명으로 늘었는데 이중에는 14세 미만 아이들이 11명이나 된다. 다른 농촌지역은 고령화와 농가인구 감소 등으로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 신상리 주민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김정하 낙동신상교회 목사가 예장통합 총회농촌선교센터가 14일 충북 충주 선교센터에서 마련한 세미나에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예장통합 제공

김 목사는 이 같은 농촌 사역 이야기를 동료 목회자들과 나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농촌선교센터(선교센터·원장 이원영 목사)가 14일 충북 충주 선교센터에서 마련한 세미나에서다. 김 목사는 “주민과 교회가 힘을 합쳤더니 마을이 살아났고 이를 인정받아 지난 9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입상까지 했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농어촌 목회를 상상한다’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김 목사를 비롯해 백영기(쌍샘자연교회) 임기도(소마교회) 목사도 농촌 목회 사례를 발표했다. 임 목사는 이중직 목회를 ‘농민 목회’라고 표현하면서 사역 이야기를 꺼냈다.

낙동신상교회 교인들이 경북 상주 신상1리 주민들과 함께 거리를 꾸미고 있다. 낙동신상교회 제공

임 목사는 파쇄목(우드칩)을 활용한 퇴비를 통한 상생 농촌 목회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촌교회만이 할 수 있는 사역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비는 도시에서 생산할 수 없지만 농촌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도농 연대의 수평적 결합을 통해 상생 모델이 세워지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봉지에 넣은 퇴비는 도시 교회 교인들도 가정에서 분갈이를 할 때 활용도가 높다”면서 “도농 협력의 좋은 선교 접촉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백 목사는 쌍샘자연교회의 생태 문화 사역을 소개했다. 교회는 쌍샘자연학교를 통해 주말과 계절에 맞춰 주말농장과 생태체험 등을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백 목사는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쌍샘자연교회 자연학교 모습. 국민일보 DB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