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가 또 다시 동성애 관련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동성애자 등 이른바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한 교단 목회자에 대해 소속 연회가 출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교단 안팎에서는 동성애자 등 LGBTQ를 대상으로 한 목회적 허용 범위’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기감 경기연회(감독 박장규 목사) 재판위원회는 지난 8일 이동환(42)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출교 판결을 내렸다. 교회 재판에서 출교는 권고 근신 정직 면직에 이어 최고 수위의 징계다. 출교를 당하게 되면 소속 교단의 목회자 및 교인 자격을 상실한다.
14일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연회 재판위는 이 목사가 퀴어 행사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축복의식을 한데 대해 교단 헌법인 교리와장정 제3조 8항(동성애 찬성 및 동조)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위는 2019년에도 동성애자에 대한 축복의식으로 정직 2년의 징계를 받았는데도 유사한 활동을 이어간 데 대해 문제 삼았다.
재판위는 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목사가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 발언과 글을 남긴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목사는 2021년 3월 한 인터넷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교회가 하락세를 겪고 있으며, 위기 돌파를 위해 동성애라는 적을 상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재판위는 “한국교회는 소수자 보호에 힘써왔다”며 “해당 발언은 교회에 대한 모함 및 악선전”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가 친 동성애 성향의 단체 ‘큐엔에이’를 발족해 대표로 활동한 데 대해서는 “피고발인이 해당 단체의 대표라는 사실만으로는 교회의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과 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목사는 기감 재판위 판단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총회 재판부에 상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의견은 감리교회 내에서도 다양할 수 있지만 충분한 신학적 토론이 필요하다”며 “목회자 개인의 출교에 대한 문제일 뿐 아니라 인권 감수성이 높은 다음세대 선교에서도 성소수자 문제는 한국교회가, 특히 감리교회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감리회 신학생과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출교 반대 운동도 예고된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이동환 목사 출교 판결에 대한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기감 중부연회 소속인 황인근 문수산성교회 목사는 “이번 연회 재판은 절차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부분 있다”며 “감리회 재판법은 한 재판부가 45일 안에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하게 돼 있으므로 이미 재판 기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회의 판결은 동성애자를 포함한 LGBTQ에 대한 목회적 활동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논의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는 견해도 있다. 종교사회학자인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는 “동성애에 대한 목회적 가능성의 테두리나 한계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한국 감리교회와 밀접한 교류를 맺고 있는 미 연합감리교회(UMC) 소속 다수 목회자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동성애자로 살다가 탈동성애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요나 탈동성애인권포럼 대표는 “동성애자를 품고 전도하는 것과 죄를 옹호하며 합리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며 “교단법이 이를 제한하고 있는데도 목회자가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면 법에 따라 출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교단 법을 정확하고 균등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동성애뿐 아니라 여러 비리 사건이 있는데 특정 사안에 대해선 눈 감아 준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