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무릎 인공관절’ 미국 FDA 승인 받았다

입력 2023-12-14 14:48 수정 2023-12-14 15:07
연세사랑병원 제공

국내 의료기기 벤처기업과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병원이 공동 개발한 ‘한국형 무릎 인공관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한국인 1만2000여명의 관절 데이터를 활용해 7년만에 인공관절의 국산화에 성공한 쾌거라는 평가다. 아울러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의도 크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전문업체 ㈜스카이브(대표 강경탁)와 연세사랑병원(대표원장 고용곤)은 7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국산화한 ‘PNK 인공관절’이 지난달 중순 미국 FDA로부터 ‘510k 인증’을 받았다.
510k 인증은 FDA가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 출시를 승인하는 절차다. PNK가 수출 가능한 ‘세계적인 인공관절 제품’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지 2년도 안돼 FDA 허가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존 인공관절은 대부분 기업이 디자인하고 병원이 의견을 주는 형태로 개발됐지만, PNK 인공관절은 벤처기업 공학도와 의료진이 병원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그걸 근거로 개발한 제품이다.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의료진과 공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가 한몸이 돼 인공관절을 개발한 것은 세계적으로 5곳밖에 안된다. 인공관절이 논문을 토대로 제작됐다는 것은 학계와 전문가에 의해 공개 검증을 받았다는 의미다.

FDA는 PNK 인공관절이 1만2305명의 환자 데이터를 반영해 정상 무릎처럼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복원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좌식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을 고려해 150도 고굴곡이 가능하고 마모율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인공관절의 경우 구부릴 수 있는 굴곡도는 평균 120도 안팎으로 좌식에 한계가 있다. PNK는 ‘Preservation of Normal Knee Kinematics(정상 무릎 운동학의 유지)’에서 따온 것이다.

아울러 PNK는 연골 역할을 하는 베어링을 다양하게 호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공관절은 1960년대 개발 후 1, 2, 3세대로 발전해 왔다. 1, 2세대는 인공관절 베어링의 크기 종류가 적다는 단점이 있었다. 3세대는 베어링 크기 호환을 줄이고 베어링 개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됐는데, PNK는 다른 3세대 인공관절 보다 베어링 호환 종류가 12가지로 더 많다(A사 10종, B사 11종). 성능시험 결과 PNK 인공관절의 마모율은 1, 2세대 인공관절 보다 낮았으며 3세대 인공관절과 동등한 수준을 나타냈다.
PNK 인공관절은 한국인 뿐 아니라 서양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 K-의료 수출에 한몫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인공관절 시장 규모는 조사기관 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2023년 250억달러에서 2030년 385억달러 규모로 급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PNK 인공관절은 그동안 500여명 환자에게 삽입한 결과 만족도가 높았다. 환자들은 무릎 구부리기가 부드럽고 편하며 회복 속도가 외국산 보다 훨씬 빨랐다. 또 수술 후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적고 안정성이 좋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PNK 인공관절 수술은 1~2주 전 MRI 촬영, 개인별 3D 무릎 모형 제작, PNK 이용 가상 수술 시행, 가장 안정되고 정확하게 삽입되도록 개인별 수술 도구를 제작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스카이브 관계자는 “PNK 인공관절은 단가가 합리적이어서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인공관절 시장이 다변화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에선 한 해 7만2000건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이뤄지며 진료 금액은 750억원을 웃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