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고 비명(비이재명)계가 목소리를 키우며 당 내 분열 조짐이 가속화되자 이재명 대표가 본격적인 통합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강성 팬덤 모임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다음 날 개설된 ‘재명이네 마을’에서 지난해 4월 명예직인 이장으로 선출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강성 팬덤과 거리를 두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또 문재인정부의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 각각 독대 비공개 회동 일정도 확정했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를 비롯한 일부 지도부 관계자들은 최근 비명계에서 줄곧 요구해 온 이 대표의 ‘이장직 사퇴’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내 일부 의원들이 이장직을 내려놓을 필요성을 건의했고 이 대표 측에서도 이를 검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가 이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카페를 통해 밝히는 방안까지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재명이네 마을’을 통해 강성 팬덤을 등에 엎고 민주당을 사당화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장 아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재명이네 마을’의 이장직을 이재명 대표가 먼저 사퇴하면서 ‘이제는 당신네들 하고는 내가 같이 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된다”고 촉구했다.
같은 모임 소속 윤영찬 의원도 전날 JTBC 유튜브에 출연해 이 대표의 강성 팬덤 문제를 지적하면서 “상징적으로 본인(이재명 대표)이 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 카페에서는 이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에서 이 같은 비명계의 요구를 검토하고 나서자 총선을 앞두고 강성 팬덤과는 거리를 두면서 당 내 통합 제스처를 시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는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이장직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입장’을 진행자가 묻자 “탈퇴하시면 된다”며 “대표님과 우리 지지자분들의 서로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탈퇴하고 안 하고 이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원칙과 상식’이 이날 지도부에 ‘통합 비대위’ 구성까지 공식적으로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당초 이장직에서 물러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이 대표 측에서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한편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총리들과의 회동 일정도 확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 김 전 총리를, 28일엔 정 전 총리를 각각 비공개로 만나기로 일정 조율을 마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당 선배들에게 조언을 듣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5일 김 전 총리와 정 전 총리를 거론하며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에 우려를 공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문재인정부의 총리 3명이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일각에서 나온 바 있다.
이 대표가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김·정 전 총리와의 회동을 추진해 탈출구를 모색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이낙연 전 대표의 말씀이 있기 전부터 이미 조율하고 있던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