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대학에서 불거진 교수와 제자 간 불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같은 대학의 교수가 이번 사태에 관해 일침을 가했다. 불륜 의혹의 당사자가 아니라 이를 외부로 퍼뜨린 이들을 나무라는 내용이었다.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XX대 불륜에 대해 다른 교수가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공유됐다. 글쓴이 A씨는 “정의감과 분노는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이 어렵다. 정의감은 세상을 살리지만 분노는 세상과 나 스스로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잘 구분해야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잘못한 사람이 분명히 있지만 적절한 과정으로 그 잘못이 처벌된 것이 아니라 상당히 극단적인 방법으로 일이 진행됐다”며 “정의가 분노로 바뀌지 않게 우리 사회는 법이란 질서를 만들어놨다. 그 절차를 통해 이 일은 처리됐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학교 내에서 발생한 불륜 의혹이 외부로 크게 확산한 점, 그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점 등이 정당한 처벌은 아니라는 비판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은) 절대 반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대상의 파멸만 불러올 뿐”이라며 “본인은 정의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도파민에 중독된 행동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어 “정도를 지켜서 일을 처리하면 좋겠다. 사람은 적절하게 분노할 줄 안다”며 “큰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우리는 두 번째 기회를 준다. 그게 인간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12일이었다. 공개된 문자 대화 내용에서 이 대학 B교수와 제자는 “잘자 사랑해” “좋은 꿈 꿔 내 사랑” “엉덩이 토닥여줘” 등 여느 연인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성적인 대화도 서슴없이 주고받았다.
다만 불륜을 처음 폭로한 교수의 아내는 “더 이상 불륜 사건 내용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제발 SNS에 올린 것을 내려 달라. 안 그러면 여러분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도 내가 당하겠다”면서 “잘못했어도 (교수는) 두 아이의 아빠다. (여학생이) 잘못했어도 여러분은 동기이자 친구다. 멈춰 달라. 생명이 달린 문제다”라고 호소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