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에 바람이 분다…류·추 넘은 이정후, 1억 1300만불 잭팟

입력 2023-12-13 16:29 수정 2023-12-13 16:43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정후(왼쪽)가 지난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B조 일본전 3회초 1타점 적시타를 친 직후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군 외야수 이정후(25)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역대 한국인 타자 최고 수준의 파격적 대우를 받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는 거액의 포스팅비를 선물로 받게 됐다.

켄 로젠탈 등 빅리그 소식통들은 13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89억원)에 입단 계약을 앞뒀다고 일제히 전했다. 4년 후엔 상호 합의 하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샌프란시스코는 피트 푸틸라 단장이 시즌 중 직접 서울을 찾을 정도로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며 꾸준히 이정후와 연결됐다. 관련 보도를 이날 홈페이지 대문에 배치한 MLB닷컴은 “이정후는 공·수 양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의 성적과 가족관계, 국제대회 경험 등도 비중 있게 다뤘다.

한-미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의 역사는 이번 계약으로 다시 쓰였다. 지금껏 포스팅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사례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받은 건 2013년 류현진(6년 3600만 달러)이었다. 연평균으론 2021년 김하성(4년 2800만 달러)이 1위였으나 이젠 옛말이 됐다. 아시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일본의 요시다 마사타카(5년 9000만 달러)를 제치고 역대 타자 최고 대우로 태평양을 건너게 됐다.

이정후가 받는 금액은 통상 더 큰 돈이 오가는 FA까지 포함해도 역사적이다. 연평균 1883만 달러로 2019년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하며 기록한 연평균 2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한국인 빅리거 2위다. 샌프란시스코가 키움에 지급해야 할 포스팅 비용까지 고려하면 총 투자 비용은 1위로 예상된다.
13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에 합의했다는 보도를 전면에 배치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모습. MLB닷컴 캡처

이 같은 대형 계약은 이정후가 2024시즌 충분한 적응 기회를 받을 것이란 보증수표다. 옵트 아웃 또한 선수 쪽에 유리한 장치다. 빅리그 선배인 김하성도 앞서 지난달 국내에서 연 기자회견 당시 “연봉을 어느 정도 받으면 마이너리그로 내리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마이너리그 거부권보다는 옵트 아웃 조항을 넣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실제 기존 선수단이 받는 돈을 따져보면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다. 2023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연봉 총액은 1억 8800만 달러가량이었다. 이번 FA 시장에서 결별이 확정적인 작 피더슨(1965만 달러)이 종전 최고 연봉자였다.

대형 계약을 이끌어낸 요인은 복합적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외야 보강에 목말라 있었다. 적잖은 돈을 들인 피더슨과 마이클 콘포토, 미치 해니거의 외야수 3인방이 하나같이 부진했다. 중견수를 볼 수 있는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또한 30대 들어 성적이 꺾였다. 최대 라이벌인 LA 다저스가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후의 ‘대박’에 키움도 덩달아 돈방석에 앉을 전망이다. 규정에 명시된 산식을 따를 시 샌프란시스코로부터 약 247억원의 거액을 포스팅 비용 명목으로 받는다. 키움은 올 시즌 선수단 연봉으로 83억원가량을 지출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