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북한에서 남녀 9명이 소고기를 팔다 적발돼 처형당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북한은 개인이 소를 소유하거나 도축·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소고기를 팔았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공개 처형하는 건 너무 가혹한 조치라는 주민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13일 데일리NK 재팬, 미국계 라디오 프리 아시아(RFA)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오후 4시 북한 혜산시 비행장 주변 공터에서 잔혹한 공개처형이 이뤄졌다. 북한군 특별군사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은 남성 7명, 여성 2명 등 모두 9명이었다.
이들은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병으로 죽은 2100마리의 소를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 중에는 양강도 수의방역소장, 양강도 상업관리소 판매원, 농장 간부, 평양 모 식당 책임자, 군 복무 중 보위부 10호 초소(검문소) 군인으로 근무했던 대학생 등이 포함됐다.
북한 서민들이 소고기를 입에 올리는 일은 드물다. 소는 먹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생산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개인의 소 소유나 도축,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자는 단순한 경제범이 아니라 정치범 취급을 받는다.
그렇다 해도 혜산 시민들을 상대로 한 공개처형은 충격적으로 잔인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RFA는 지난 9월 “조선인민군 특별재판소는 피고인을 한 명씩 총살한 뒤 다시 시신에 고사총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끔찍한 처형에 일부 주민은 당국에 반감을 가졌다. 시민들은 RFA에 “그렇게 잔인하게 처형될 줄 몰랐다. 이미 병으로 죽은 쇠고기를 판 것이 공개 처형될 정도의 죄인가”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실제로 피고인들이 소 2100마리를 판매한 게 사실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공포 정치’로 민심을 통제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든 것이란 의혹도 나왔다.
RFA는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에는 일반 주민에 대한 공개 총살을 금지하며 잔인한 독재자의 아들 이미지를 벗었다”며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가 악화되자 공개 총살이 다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소를 잡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모아 공개 처형을 한 적이 있다고 부연했다.
소고기에 대한 규제도 한때 상당히 완화됐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로 다시 강화됐다. 데일리NK 재팬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앙당(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은 당의 각 지부, 행정기관, 사법기관에 대해 농경용 소를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 밀매, 도축하는 행위를 철저히 관리 통제하라는 지시를 2020년 9월 11일 내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규제가 완화됐던 시기의 영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데일리NK 재팬은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이미 규제 완화 시기에 소고기 맛을 알게 된 주민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공포정치에 의한 지배를 계속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북한에 의한 인권침해를 비난하는 유럽연합(EU)의 결의안을 투표 없이 채택했다. 2005년부터 19년 연속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