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이 얼마나 흔하고 저렴하면 ‘껌값이다’라는 말을 사용할까? 그러나, 껌은 그만큼 대중의 취향과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지난 1일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생활문물연구’ 제 37호에 ‘껌 포장지 보존처리 및 보관 방법 연구’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껌 포장지 97점에 관한 보존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해당 보존처리 과정은 2019년 장숙자씨로부터 기증받은 껌 포장지 190여점 중 97점을 복원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기증 받을 당시 껌의 상태는 내용물이 녹아내려 껌 포장지에 뒤엉켜 있었으며, 포장지의 인쇄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갈변화 상태가 심했다고 한다.
한낱 껌 포장지라 하더라도 시대적 문화상을 담고 있기에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다. 전지연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는 “보존처리가 불가하다면 이 껌은 버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워 보존처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복원 과정은 까다로웠다. 껌은 외포지, 내포지, 은지로 구성되는데, 먼저 은지를 구성하고 있는 알루미늄층과 박엽지층 사이의 접착 성분을 밝히는 일이 우선이었다. 은지에서 껌을 분리해낸 이후엔 갈변된 내포지를 깨끗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복원된 껌 포장지는 내부를 종이 모형의 껌으로 채워 케이스에 보관하기로 했다. 은지와 분리됐던 실제 껌 내용물은 형태가 망가졌고, 해충과 미생물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복원된 껌 포장지들은 당시 껌 제조사 및 해당 포장지의 출시 연도에 따라 시기 순으로 정리돼 박물관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은 “근현대 소장품의 경우 소재 자체가 새롭고 다양해서 보존처리 진행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근현대 자료 역시 시간이 지나면 찾을 수 없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기에 다각적인 보존처리 방법이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세한 복원 성과는 ‘껌 포장지 보존처리 및 보관 방법 연구’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