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북극이 아니다…“인류, 미지의 영역 진입”

입력 2023-12-13 11:26 수정 2023-12-13 13:12
기온 상승으로 그린란드에서 눈이 녹고 육지가 드러나 있다. AFP 연합뉴스

올해 북극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의 기후변화가 주변 기후와 생태계에 연쇄적인 변화를 부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AFP와 블룸버그 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 ‘북극 성적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극의 7~9월 평균 지표면 기온은 6.4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록이 시작된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올해 북극의 평균기온은 영하 7도로, 역대 6번째로 높았다. 1991~2020년 평균보다 0.7도 상승한 것으로, 1940년 이후부터는 10년마다 0.25도씩 오른 셈인 것으로 분석됐다.

북극의 기온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거의 4배나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북극을 구성하는 해빙이 사라지는 데 따른 악순환인 ‘북극 증폭’ 현상 때문이다. 태양광을 반사하는 해빙이 사라지고 바다가 드러나자 더 많은 열이 흡수돼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올해 해빙 면적은 1979년 이후 6번째로 좁은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진은 북극의 기온 상승이 주변 지역의 기후와 생태계에 연쇄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유라시아 서부와 캐나다 북부는 건조한 봄과 여름을 맞았다”며 “특히 캐나다 북부에서는 눈이 일찍 녹은 데 이어 건조하고 무더운 여름이 겹치면서 지난 8월에는 옐로나이프 산불로 주민 2만명이 대피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연어의 개체수도 기온 상승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래스카 서쪽 지역에서는 연어 포획량이 급감했지만, 미국 최대 연어 산지인 알래스카 브리스틀만에서는 2021~2022년 따스한 바닷물로 연어가 급증했다. 이는 연어 가격 급락으로 이어져 현지 어민들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극에서는 눈이 줄고 녹지가 늘어났는데, 이에 툰드라 지역에서는 키가 작은 나무를 포함해 생물체가 증가하면서 연쇄 반응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연구진은 “먹이사슬이 뒤바뀌면서 원주민의 생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로 인류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NOAA 관계자는 “우리는 국가이자 공동체로서 이런 변화를 부르는 온실가스 배출을 확연하게 줄여야 한다”며 “올해 성적표가 주는 최우선 메시지는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