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모(61)씨가 러시아 전쟁을 지원한 혐의로 미국의 신규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씨는 러시아 기업에 한국, 일본 등의 반도체 기술 및 장비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수품과 기계, 장비 등의 획득을 돕고, 러시아 제재 회피에 연루된 한국과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250여 개 법인과 개인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부산 출신의 이씨도 포함했다. 재무부는 이씨가 제재 대상 기업인 러시아 반도체 기업 AK 마이크로텍의 ‘핵심 조달 에이전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K 마이크로텍을 실질적으로 후원하거나 재정적·물질적·기술적 지원을 한 혐의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AK 마이크로텍은 외국 반도체 기술 등을 러시아 방산기업과 전자기기 업체들에 이전하는 데 특화한 기업으로 지난 7월 미국 제재대상에 올랐다.
이 씨는 AK 마이크로텍이 한국, 일본, 미국 제조업자로부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과 장비를 획득하도록 도왔다고 재무부는 지적했다. 이씨는 이를 위해 자신의 유령회사 등을 활용해 복잡한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씨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이나 업체는 이씨와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미국의소리(VOA)는 “한국 국적자가 OFAC 제재명단에 오른 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재무부는 또 북한과 러시아 간 군수품 이전에 관여한 IBEX 해운, 아지아 해운 홀딩스, 아지아 해운 컴퍼니 등 러시아 해운회사 3곳도 새로 제재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군사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 절실히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제3국 공급업체와 네트워크에 대한 제재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은 러시아의 명분 없고, 부당하며, 불법적인 전쟁에 맞서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단결했다”며 “앞으로도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가용한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