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다음달 첫 내부 시험대를 앞두고 있다. 최 후보자는 오는 19일 열리는 인사청문회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 1월 치러지는 기재부의 ‘닮고 싶은 상사(이하 닮상)’ 투표가 관건이다. 신임 장관에 대한 기재부 직원들의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닮상 투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최 후보자가 임기 초반부터 내부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공무원노조 기재부 지부에 따르면 ‘2023 닮상 투표’는 내년 1월에 진행된다. 내년도 예산안 협의가 마무리 되고, 예산실 직원들이 세종청사로 복귀하는 시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닮상 투표는 기재부 무보직 서기관 이하 모든 직급이 부내 닮고 싶은 상사와 ‘닮고 싶지 않은 상사(이하 안닮상)’를 국장급 이상 2명, 과장급 4명씩 각각 적어 그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들을 추려내는 식으로 치러진다.
닮상 투표는 재경부 시절이던 2004년 처음 시행돼 올해로 19년째 이어지고 있다. 결과가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되진 않는다. 다만 내부 평판으로 작용해 매년 간부들이 투표 시즌만 되면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6년여만에 친정인 기재부로 복귀하는 최 후보자도 다음달 치러지는 투표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낙마 사유가 없어 이번달 내로 무난히 임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닮상에 세 번 선정된 간부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고, 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 후보자는 증권제도과장 시절인 2006년 닮상에 뽑힌 적이 있지만 아직 명예의 전당에는 등극하지 못했다.
닮상 투표는 기재부 직원들이 간부들의 리더십, 능력, 인격 등을 종합 평가하는 행사다. 최 후보자가 오랫만에 기재부로 돌아오는 만큼, 일부 젊은 직원들은 최 후보자의 업무 스타일이나 인성 등을 잘 모른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번 닮상 투표는 최 후보자가 장관으로 오는 것에 대한 선호도 자체를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게 기재부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만약 최 후보자가 다음달 투표에서 닮상으로 뽑힌다면 안정적으로 임기를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6년간의 공백을 메우고, 윤석열정부 2기 경제 사령탑으로서 직원들의 신임까지 얻었다는 상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최 후보자가 닮상에 선정되지 않거나, 아예 안닮상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경우 체면을 구길 수 있다. 특히 전임 장관인 추경호 부총리와의 비교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부총리는 지난 1월 최다 득표로 닮상에 선정된 바 있다. 현직 부총리가 닮상으로 뽑힌 건 2012년 박재완 장관, 2014~2015년 최경환 부총리 이후 처음이었다.
기재부 다른 간부들도 이번 투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신임 장관을 맞이한 뒤 바로 치러지는 내부 평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연속으로 안닮상에 꼽힌 간부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를 떠나있던 신임 장관이 간부들의 닮상 투표 결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투표는 부처 내 관심이 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재부 노조는 투표 방식 개선도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닮상 제도를 두고 ‘인기 투표로 전락했다’ ‘고과에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 ‘안닮상은 3번 제한이 없어 업무 스타일 개선 의지를 오히려 꺾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노조는 다음달 본 투표 전에 투표 방식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먼저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닮상 선정 방식을 손 볼 계획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