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씨소프트가 전사적으로 공 들인 게임은 ‘리니지 시리즈’와 거리가 멀다. 이에 더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선언하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실로 ‘변화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할 만하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하면서 1997년 창사 이래 첫 공동 대표 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와 이름을 나란히 하는 경영진을 사상 처음 배치하는 셈이다. 박 대표는 내년 초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1961년생인 박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로커스홀딩스 대표,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대표, 하나로텔레콤 대표, VIG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했다. 엔씨소프트와는 2007년부터 경영 자문을 맡으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기업 경영, 전략, 투자 관련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전문 경영인으로 보고 있다.
엔씨는 박 대표의 내정을 통해 중장기적 ‘컴퍼니 빌딩(Company building)’ 전략을 본격화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세계적 기업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컴퍼니 빌딩 전략이란 의사결정권자가 사업 전반적인 과정에 적극 개입해 유망 사업을 속도감 있게 육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엔씨 측은 “박 대표의 역량과 전문성이 엔씨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엔씨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리니지 3형제의 매출이 하향 안정화하면서 전체 실적이 침체된 상태다. 올 3분기 엔씨 매출은 423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0%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9% 줄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경영 혁신과 함께 체질 개선에 보다 힘을 싣는 동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씨는 지난 10월부터 구현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중심으로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하고 조직‧의사결정 체계 정비, 비용 절감, 신성장 역량 및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했다.
‘탈(脫)리니지’ 승부수도 이목을 끈다. 지난 9월 캐주얼 퍼즐 장르인 ‘퍼즈업:아미토이’를 공개했고, 이달 7일에는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를 출시했다. TL은 이용자의 피드백을 앞세워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한 수익모델(BM)을 선택했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의 전유물로 평가받는 자동사냥을 과감히 삭제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엔씨는 내년부터 새로운 게임 지식재산권(IP)과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기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시동을 걸 전망이다. 또한 ‘바르코 LLM’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사업도 내년 3월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새로운 세대가 게임 고객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서브컬처 등 소외됐던 장르가 메인 장르로 떠오르는 것처럼 게이머가 원하는 바가 바뀌기도 한다. 이에 따라 엔씨도 새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년과 내후년을 더욱 기다리고 있다. 내부적으로 준비 중인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