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가 돈 된다고?’ 동전 24만개 빼돌린 前한은 직원

입력 2023-12-12 18:47
국민일보 DB

화폐 수집상과 공모해 100원짜리 희귀동전 24만개를 빼돌린 뒤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은행 직원이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병식)는 12일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 전 직원 A씨(61)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화폐 수집상 B씨(47)에 대해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한은에서 화폐 교환 업무를 하던 지난해 3월 B씨에게 2018~2019년 발행된 100원짜리 동전 24만개를 출고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하면서 특정 연도 발행 동전만 수집하는 속칭 ‘뒤집기’를 하는 수집상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씨로부터 “희귀화폐 거래 시장에서는 특정 연도 동전이 액면가의 수십 배에 판매된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공모했다. 한은은 같은 해 3월부터 동전 교환 때 제조 주화가 아닌 사용 주화로만 교환해주고 있었지만, A씨는 자신의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연도의 제조 주화를 반출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2018년 100원 주화가 액면가의 최고 196배, 2019년 100원 주화는 64배에 거래되고 있다. A씨는 1200만원을 B씨에게 투자해 동전 판매대금 5500만원을 받았다.

한은은 자체 감사를 벌여 2018~2019년산 100원 주화가 지역본부에서 외부로 출고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A씨를 고발했다. 2018~2019년산 100원 주화는 선물용, 기념품 외에는 배부된 적이 없다.

A씨는 수사가 시작된 이후 면직 처분됐다.

1심 재판부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청렴 의무를 고려할 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으로 한은이 부실해지거나 경제적 손실을 보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장기간 성실하게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검사와 피고인 두 명이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도 “원심의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