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12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지도부·친윤계·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후속 희생’ 결단이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장 의원이 혁신의 불씨를 되살린 만큼 ‘희생 릴레이’가 계속돼야 한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불출마·험지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다음 주자’로 강제 지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특히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당권을 차지했던 김기현 대표에 대한 압박도 강해지는 모양새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한 번 백의종군 길을 간다”며 “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 대표는 ‘장고’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이날 계획했던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11일 갑자기 취소했다. 김 대표는 “이틀가량 공식 일정을 잡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거취와 관련해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김 대표가 불출마든 뭐든 결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김 대표가 그동안 너무 많이 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윤계 의원은 “김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얘기는 루머”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이어 “총선을 4개월 앞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사퇴할 경우 국민의힘이 ‘카오스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선택과 관련해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전격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의 갑론을박은 계속됐다. 일부 인사들은 장 의원의 결단을 추켜세우며 김 대표의 희생을 촉구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도 비슷한 결단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주가 골든타임으로 지금까지 제기됐던 당의 문제를 한 번에 바꿔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총선 불출마는 사실 의미가 없다”며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승리의 길이 열린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류 의원들은 김 대표에게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유상범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도 어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는 이미 견지하고 있다”며 “다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 표현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성동·이철규·박성민 의원 등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보다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더 문제라는 말이 많다“면서 ”선수(選數)와 상관없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