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과일맛 우유크림떡, 유자음료, 김과자를 준비해 온 덕분이다. 모두 요즘 수출이 늘고 있는 제품군으로만 추렸다. 정 장관은 왼쪽 가슴에 ‘농식품 1호 영업사원’이라는 명패도 달고 등장했다. 국무위원들이 티 타임을 가지며 딱딱한 국무회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정 장관이 가지고 나온 제품들의 수출 성적표가 눈에 띈다. 우선 떡과 같은 쌀가공식품은 지난 1~11월 기준 2억 달러 규모를 수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7%나 수출액이 신장됐다. 떡만 놓고 봐도 같은 기간 동안 7000만 달러를 수출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21.1%나 수출액이 늘었다. 유자도 수출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이 선보인 유자 음료는 두원농협이 전남 고흥군에서 재배한 유자로 만든 제품이다. 아세안 등 각국으로 수출되면서 올 1~11월에만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가량 늘었다. 1~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5% 늘어난 유자 수출액(5000만 달러)에도 보탬이 됐다.
지난 6월 베트남 현지에서 농식품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던 정 장관이 마지막까지 수출 홍보를 하며 끝맺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장관은 이르면 오는 18일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있는 날이다. 정 장관이 이 때 사퇴한다면 이날 국무회의는 그에게 마지막 회의가 된다. 정 장관은 퇴임 후 고향인 충남 천안시에서 총선 출마를 타진 중이다.
사실상 정 장관의 마지막 행보를 보는 농식품부 직원들은 아쉽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농식품부 출신인 정 장관이 직원들과 융화를 잘 해온 덕분이다. 후임인 송 후보자가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출신이라는 점도 아쉬움을 더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당시 연구원 출신 장관이 부임해 농식품부 내 인사 파동을 겪은 기억 때문이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금 더 계셨으면 좋았을 거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