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어머니의 기초연금 등 자산을 탐내 살해한 뒤 암매장한 4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살해 후 피해자가 사고로 죽은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서원익)는 강도살인·시체은닉 혐의로 배모(48)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 10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의붓어머니 이모(75)씨 집에서 이씨의 기초연금과 누나의 장애인 연금이 든 통장을 가지고 나오던 중 이를 제지하는 계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경북 예천 한 하천 갈대밭 주변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배씨는 이 통장에서 모두 165만원을 인출해 사용했다.
예천은 이씨 전 남편이자 배씨 친아버지의 고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사별한 남편 고향을 찾아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미려 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당초 경찰은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배씨 진술을 근거로 지난달 23일 그를 살인죄 등으로 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배씨가 지속적으로 피해자인 의붓어머니 재산에 욕심을 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혐의가 ‘살인’에서 ‘강도살인’으로 변경됐다. 강도살인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다.
배씨는 지난 4월 직장을 잃은 뒤 유흥에 빠져 남은 재산을 탕진하고 어렵게 사는 의붓어머니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실직한 이후 주변에서 돈을 빌려 경정·경륜 배팅과 인터넷 방송 후원에 돈을 낭비했으며 범행 직전에는 채무가 2000여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배씨는 상황이 어려워지자 지난 6월 이씨 기초연금이 든 통장에서 110만원을 인출했다. 같은 기간 이씨의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다 거절당하기도 했다. 또 지난 10월 초 ‘(의붓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할 시 재산을 배씨가 모두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하고, 누나의 장애인 연금 관리권한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하는 등 의붓어머니의 재산을 지속적으로 탐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의붓어머니 이씨는 남편이 지난해 4월 사망한 뒤 기초연금에 더해 의붓딸의 장애인 연금 등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