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지금도 이재용 ‘국정농단’ 피해자라 생각”

입력 2023-12-12 16:16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형식(62)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과거 해외 연수에 미성년 자녀들을 동반하면서 관용여권을 발급받은 일과 차남에게 연 0.6%로 돈을 빌려준 것 등 자신을 둘러싼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2003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국제화 연수 프로그램으로 유럽을 방문할 당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었던 두 자녀와 함께 관용여권을 발급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용여권이란 공무 수행차 외국에 방문하는 공무원과 그 배우자 등에 한해 발급된다.

김 의원은 “외교부에 알아보니 단기 출장의 경우 자녀의 관용여권 발급은 안 된다고 한다”며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왜 저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관용여권을 굳이 발급받을 필요가 없었는데 발급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때는 오히려 관용여권이 불편한 것이었는데 단수로 처리된 것이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아이들 비용은 제가 모두 부담했다”며 “그 이후 공무로 해외에 나갈 때 어긋나게 나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자녀들 관용여권은 부적절한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묻자 정 후보자는 “네,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가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을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정 후보자는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당시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 의원이 “지금도 이재용 당시 피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협박당해서 뇌물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항소심 판결을 파기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도 당시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후보자도 대법원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당시에 나름대로 법리 판단을 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의 여러 지위에 비춰 그 영향력 때문에 뇌물의 성격을 달리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판결했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따.

박 의원은 정 후보자가 2021년 차남에게 1억7000만원을 빌려주고 세법상 적정 이자율(연 4.6%)을 한참 밑도는 연 0.6% 이자를 받은 부분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증여 관련 오해와 논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법이 아니라는 후보자의 태연한 답변이 서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국가 고위 법률가가 디테일한 세테크에는 민첩한데 국민적 상식, 사회적 정의, 국민적 눈높이에는 둔감한 모습이 국민이 원하는 이 시대의 헌법 재판관인가”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자식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는 부모가 있겠는가”라며 “상대적 박탈감에 젖을 수밖에 없다는 지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 부분은 제가 헤아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