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비극’… 물 부족에 코끼리 100여마리 떼죽음

입력 2023-12-13 00:10 수정 2023-12-13 10:16
짐바브웨 국립공원에서 물부족으로 폐사한 코끼리.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최소 100마리의 코끼리가 집단 폐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기후 위기에서 비롯된 이례적 가뭄이 지속되면서 코끼리들이 갈증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현지 당국은 보고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황게 국립공원에 물이 부족해지며 최소 100마리의 코끼리가 갈증으로 집단 떼죽음을 당했다. 코끼리 사체는 바싹 마른 땅 위에서 참혹하게 말라붙은 모습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극심한 기후 변화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게 국립공원 생태학자 다핀 마들라모토는 “건기가 평년보다 길게 이어지며 한때 샘이었던 곳이 흙밭으로 변했다”며 “수십마리의 코끼리가 물 부족으로 인해 죽었다”고 말했다.

현재 황게 국립공원은 기존에 있던 물웅덩이가 모두 말라 104개의 태양광 동력 펌프에 의존하고 있으나 역부족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공원엔 공원 수용 능력의 2배에 달하는 4만5000마리의 코끼리가 살고 있다.

특히 다 자란 어미 코끼리는 하루에 200리터의 물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104개의 인공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마들라모토는 “지표수 감소로 인공수에 의존하고 있지만 코끼리는 물에 의존하는 동물이라 이처럼 유례없는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은 이 같은 상황이 ‘예고된 비극’이었다고 지적했다. IFAW는 지난 9월부터 짐바브웨에서 물과 먹이를 찾지 못한 동물들이 보츠와나로 떠나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떼죽음은 기후 변화에 따른 고질적 위기라고 분석했다.

IFAW는 “2019년에도 아프리카 남부에서 코끼리 200마리 이상이 집단 폐사했던 사고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짐바브웨의 건기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아프리카 동부 지역은 지난 10월부터 엘니뇨 현상으로 폭우와 홍수 등 수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