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걸려온 전화의 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장치를 제주 호텔에 설치한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법체류자 신분인 중국 국적의 2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제주시 소재 호텔 2곳의 객실에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는 ‘070’ 등으로 시작하는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일반 휴대전화 번호인 ‘010’ 등으로 바꿔주는 장치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이용된다.
경찰은 수상한 신호를 감지한 통신사의 신고를 받고 현장 수색에 나섰다가 해당 호텔 객실 의자 아래와 서랍장에 각각 설치된 변작 중계기를 발견해 수거했다. 이어 당시 객실에 투숙했던 A씨를 지난 4일 제주시 모처에서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중국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에서 일당 15만원을 준다는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통해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A씨가 실제 변작 중계기 설치와 관련해 돈을 수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경찰에서 “누군가 생활쓰레기 분리배출 장소인 클린하우스에 던져 놓은 중계기를 받아 설치했을 뿐”이라며 범행을 지시한 자의 신원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해당 변작기를 통해 해외 발신 번호가 국내 번호로 둔갑했다거나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A씨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추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