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보다 심하다” 파괴된 가자지구에 EU 외교수장 일침

입력 2023-12-12 11:19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무력충돌 발생 사흘째인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외교수장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파괴 행위가 “2차 세계대전 독일보다 심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내 건물 파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도시들이 겪었던 파괴보다도 심하다”며 “파멸적이고 종말이 온 듯하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에 대해 “믿기 힘든 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9일 유엔개발계획(UNDP)은 가자지구 내 주택의 절반가량이 손상 혹은 파괴됐다고 밝혔다. 유엔 관계자들은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80%가 넘는 190만명이 피란한 것으로 추정했다. 팔레스타인 측 집계에 따르면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만8200명을 넘어섰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스라엘 극단주의자에 대한 제재를 정식 제안하겠다고도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인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인 수십 명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 제재를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을 때 극단적인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책임을 물리도록 촉구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을 점령한 뒤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들을 이주시켰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