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대기업의 내부거래 규모가 750조원을 훌쩍 넘으며 1년 새 3배 넘게 급증했다. 최초로 국외계열사와의 거래를 조사에 포함한 결과다. 삼성·SK 등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의 국내계열사 내부거래도 40조원 넘게 늘며 최근 5년 새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에 따르면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82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75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액의 33.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직전 해인 2021년(218조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세 배가 넘게 뛰었다.
올해 처음 공개된 국외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증가액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계열사를 상대로 발생한 거래 규모는 477조3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1.2%에 달했다. 다만 국외 내부거래는 국내에서의 내부거래보다는 위법이 발생할 소지가 적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외계열사 내부거래는)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에서 판매할 때 거점 판매 법인을 거치며 발생한 매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계열사 간의 내부거래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12.2%에 해당하는 275조1000억원이 국내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1년 전보다 57조1000억원이나 증가한 액수다. 삼성·SK·현대자동차 등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이 주도했다. 이들 기업의 국내계열사 내부거래는 2021년 15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96조4000억원으로 40조5000억원 늘어났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커지는 경향도 이어졌다. 총수 일가가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11.7%였다. 반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매출의 18.8%가 내부거래였다. 아예 총수 일가가 지분 전부를 보유한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27.7%에 달했다. 상표권 관련 수입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표권 사용을 거래하는 기업집단은 59개로 전년 대비 7개 증가했다. 상표권 사용료로 올린 수입은 1조7760억원으로 2021년(1조5207억원) 대비 2553억원 늘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히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거나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은 집단을 중심으로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