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 인사들을 내각에서 경질할 결심을 굳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1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정치집단의 비자금 문제에 국민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위기감을 느낀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정이 지체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개각을 통해 아베파를 사실상 내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베파 의원들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모금액 할당량을 채우고 남은 금액을 회계 처리하지 않고 비자금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 대변인이자 내각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이 유력한 해임 대상이다. 이외에 스즈키 준지 총무상과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차관급인 부대신 5명과 정무관 6명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기시다 내각의 아베파 소속 관료 15명 전원이 경질되는 것이다. 13일 임시국회 폐회 이후 교체 발표가 있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봤다.
2000년 이후 총리 4명을 배출하며 ‘당 속의 당’으로 불려온 아베파는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아베파에선 일단 기시다 총리에게 재고를 요구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지만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베파의 한 고위 간부는 “아베파 전원 경질은 최악의 수”라며 “부대신과 정무관까지 교체하면 내각 불신임 결의안에 찬성할 생각”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내각 지지율이 가뜩이나 추락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방관했다가는 정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전원 경질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아베파 경질은 기시다 총리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반발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베파가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대안 정당도 없어서 기시다 체제를 흔들 만한 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