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농구 데뷔 2년 차를 맞은 아시아쿼터 선수 이선 알바노(원주 DB)가 도움왕을 넘보고 있다. 토종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도움 부문에서 외국인 선수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1일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올 시즌 20경기를 뛴 알바노는 평균 7.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5.8개를 기록 중인 2위 김선형(서울 SK)과 격차가 꽤 벌어져 있다. 지난 시즌에는 김선형이 6.8개로 도움 1위, 알바노가 5.1개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알바노는 올 시즌 어시스트 개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모양새다. 리그 경험이 쌓이면서 동료들과의 호흡은 물론 코트 내 시야와 경기운영 능력 등이 모두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바노가 도움왕에 오르면 외국인 선수로는 KBL 역대 두 번째 사례가 된다.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당시 오리온)가 2011-2012시즌 평균 6.02개로 도움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를 제외하면 1997년 KBL 출범 후 도움 1위는 모두 국내 선수들의 몫이었다. KBL은 과거 몰아주기, 담합 등의 과열로 폐지했던 계량 부문 개인상 시상을 올 시즌 부활시켰다.
DB는 디드릭 로슨, 강상재, 김종규 등 득점력과 기동력을 겸비한 빅맨들을 올 시즌 주축으로 내세웠다. 가드인 알바노는 빼어난 드리블과 패스 능력을 바탕으로 팀 공격을 조율하면서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알바노는 공격력까지 갖춰 상대 수비를 괴롭게 한다. 왼손잡이의 이점을 살린 돌파 능력에 슈팅도 준수해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직접 득점에 가담할 수 있다. 알바노는 평균 15.4점을 올리며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DB는 17승 3패를 기록,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다만 알바노의 체력 문제는 시즌 중반으로 향하는 DB가 풀어야 할 과제다. 알바노는 팀 내 가장 많은 32분31초의 출전시간을 소화 중이다. 베테랑 가드 두경민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조금은 고민이 해소될 전망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