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고 실내 난방이 시작되면서 미세먼지 노출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다. 황사와 섞여 오는 봄철 미세먼지 보다 겨울 미세먼지가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머리카락 굵기 7분의 1인 10마이크로미터(㎛)이하 미세먼지(PM10)와 그보다 훨씬 더 작은 2.5㎛ 이하 초미세먼지(PM2.5)다.
미세먼지는 많은 연구를 통해 천식 기관지염 비염 결막염 등 각종 염증 질환을 발생·악화시키고 고혈압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과도 연관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런 가운데 임신 중 초미세먼지 노출이 혈압 상승과 중성지방·임신성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은 생활 속에서 공기 청정기 가동, 실내 환기, 대기오염 정보 확인, 대기오염 지수 높을 때 외출 자제, 꾸준한 흡입기 치료 등 5가지 행동 수칙만 잘 지켜도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팀과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 정연성 교수는 국제 학술지(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international) 최신호에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과 대사성 질환과 연관성’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7개 대학병원(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 고대구로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강원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울산대병원)을 방문한 333명의 단태아 임신부를 대상으로 PM2.5의 노출량을 산출했다.
임신 초·중·말기별 실내 측정기를 배포해 최소 1주일 이상 농도를 측정하고 실외 측정은 지리정보체계(GIS)를 통해 수집했는데 수집된 농도는 대상자가 작성한 미세먼지 노출 위험도와 실시간 노출 정도에 대한 설문지와 시간 활동지(Time activity log)를 이용, 평가해 개인별로 임신 분기별의 노출 농도를 추정했다.
연구 결과, 평방미터(㎥) 당 10마이크로그램(㎍) 이상의 고농도 PM2.5에 노출된 임신부에서 임신 3분기의 혈압 상승과 중성지방 및 임신성 당뇨병의 증가세가 확인됐다. 또 PM2.5를 10㎍/㎥과 25㎍/㎥ 기준으로 나눠 층화 분석한 결과, PM2.5에 대한 임신부의 노출은 임신 3분기의 혈압 상승과 임신성 당뇨병 위험을 각각 2.2배, 2.3배 높이는 걸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자인 김영주 교수는 11일 “연구를 통해 임신부 활동 범위가 대부분 실내에 국한돼 있다는 것을 확인해 임신부에게서는 특히 더 실내 공기질의 중요성을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대사성 질환의 위험도가 불량한 임신 예후와 연관성있다는 것을 확인해 향후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팀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이 초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5가지 행동 수칙만 지켜도 COPD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Environment International) 최신호에 게재했다.
오랜 흡연이나 가스 노출로 폐포가 손상돼 결국 숨쉬기 힘들어지는 COPD도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40~79세 102명의 COPD 환자를 절반 씩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병원 치료와 더불어 24시간 집안 공기청정기 가동, 규칙적인 대기오염 정보 확인과 실내 환기, 대기오염지수 높을 때 외출 자제, 꾸준한 흡입기 치료 등 5가지 행동수칙을 9개월 간 지키게 했다.
그 결과 외래서 통상적 치료만 받은 집단과는 다르게 실험군은 COPD 증상과 환자 삶의 질 등의 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3개월마다 두 집단에게 환자 스스로 COPD 상태를 체크하는 ‘세인트조지호흡기 설문’을 실시한 결과, 9개월 후 행동 수칙을 지킨 환자 집단의 설문 점수가 평균 35.26점에서 31.82점으로 약 3.4점 낮아졌다. 반면 일상적 치료만 시행한 집단은 평균 34.76점에서 37.27점으로 약 2.5점 높아졌다. 세인트조지호흡기 설문 점수가 낮아지면 질환이 호전된 것을 뜻한다.
또 COPD 환자의 삶의 질 평가 지표인 COPD 평가 테스트 점수에서도 행동수칙을 지킨 환자 집단의 점수가 9개월 후 평균 1.2점 감소한 반면 일상적 치료만 시행한 집단은 2.7점 높아졌다. COPD 평가 테스트 역시 점수가 낮아지면 환자들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행동수칙을 지키도록 한 환자 집단을 수칙 준수 정도에 따라 둘로 나눠 COPD 평가 테스트 점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행동수칙을 잘 지킨 환자들의 9개월 후 COPD 평가 테스트 점수가 평균 17.9점에서 15점으로 떨어진 반면, 비교적 덜 지킨 환자들은 평균 13.8점에서 14.1점으로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세원 교수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COPD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질병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