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고 싶다는 발언을 반복하며 뜻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을 농담이 아닌 진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경고가 공화당 내부에서도 확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뉴욕 청년 공화당원 클럽 만찬 연설에서 “나는 하루 동안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며 “왜 독재자가 되려는지 아느냐. (국경) 장벽을 원하고, (석유를) 시추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많은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있는 미국을 해방하고자 한다”며 “이 캠페인은 매우 부패한 정치 계급으로부터 미국을 구하기 위한 의로운 십자군 운동”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의 새로운 사기는 자신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낙인찍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공지능(AI) 관련 행정명령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첫날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 검열 기계를 해체하고, 미국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모든 공무원은 매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우편투표 폐지 방침도 시사했다.
행사를 주최한 청년 공화당원 클럽 개빈 왁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취임하면 우리는 더는 착하게 굴지 않을 것이다. 보복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관련자 등을 가둬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왁스 회장 발언을 듣고 “정말 훌륭한 연설이었다”고 칭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바이든 선거대책위의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자신이 재선되면 무엇을 할지 정확히 말해왔고, 오늘 자신이 첫날부터 독재자가 되겠다고 말했다”며 “미국인들은 그 말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 반트럼프 인사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밋 롬니 상원의원은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사법 시스템이나 입법부, 국가 전체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사람”이라며 “권위주의적 통치와 이해관계, 관념을 가지고 있고 이를 강요하려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리즈 체니 전 의원도 “트럼프가 말하는 모든 것을 문자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는 그가 대선에 패배했을 때 권력을 장악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친트럼프계 J.D. 밴스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4년 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다. 그는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권력 남용 우려를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도 이날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따른 독재나 파시스트 출현 우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 그도 변할(adapt)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시 전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에서 해야 할 일은 재건, 복구, 쇄신”이라며 “그것이 복수에 대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수해야 한다는 발언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사회자 지적이 이어지자 “우리는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있다. 미국은 복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