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한류’의 수혜를 보지 못했던 패션업계에도 ‘K패션’에 대한 기대감이 불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의류에까지 관심이 번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패션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LF는 베트남 하노이 장띠엔 백화점에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MAESTRO)’의 글로벌 2호점 매장을 열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찌민에 첫 글로벌 매장을 낸 뒤 프리미엄 이미지로 현지의 20~40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하노이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 매출은 상반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누적 매출의 약 40%가 수트 자켓 품목으로 나타났다.
K드라마,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K패션에까지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K-푸드 열풍을 일으켜왔던 식품 시장과 달리, 패션 사업은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지 트렌드와 체형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의류 사업 특성상 수출이 쉽지 않았다. 또한 서구에서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탓에 한국 기업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지난달에만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의 오프라인 매장을 3곳 출점해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난 5월 중국에서 합작법인(JV)를 설립하며 의류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적극적으로 매장을 늘려가는 중이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선 베이징·상해 등 핵심 프리미엄 상권에 들어서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다. 향후 태국, 필리핀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패션 플랫폼들도 한국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는 분위기다. 무신사는 지난달 일본 오사카의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일본에서의 두 번째 팝업을 열었다. ‘미러링 서울’을 주제로 2000아카이브스, 글로니, 기준 등 11개 브랜드가 참여했는데, 7일간 총 2만여명이 방문하면서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팝업 기간 중 참여 브랜드의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은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에이블리는 지난달 쇼핑몰 창업 지원 솔루션인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글로벌 진출까지 돕는 서비스로 확장했다. 판매자들이 에이블리의 일본 쇼핑 애플리케이션인 ‘아무드’를 통해 손쉽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에이블리 파트너스 셀러가 상품을 등록하면 에이블리와 아무드에 동시 업로드돼 일본 시장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 아무드는 지난해 일본 누적 다운로드 수 300만회를 돌파하며,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 중 유일하게 쇼핑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순위 TOP5에 올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산을 선호하는 ‘K-프리미엄’ 시대를 맞아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K-패션의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