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팝 디바 머라이어 케리가 자신의 이름을 딴 첫 회고록을 출간했다. 그녀는 책에서 음악적 성취와 대비되는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 가족과의 불화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케리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1990∼2000년대 ‘러브 테이크스 타임(Love Takes Time)’ ‘히어로(Hero)’ ‘이모션스(Emotions)’ ‘원 스위트 데이(One Sweet Day)’ ‘위 빌롱 투게더(We Belong Together)’ 등 메가 히트곡을 남긴 팝스타다.
특히 그녀가 부른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캐럴이라고 평가받는다. 이 곡은 케리가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발매 후 30년 가까이 됐지만 연말만 되면 세계 주요 차트 최상위권을 차지해 ‘크리스마스 연금곡’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성취와 비교해 케리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숱한 차별을 당해 왔기 때문이다. 케리는 회고록에서 “‘너 검둥이지!’(라는 말이) 내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자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나에게 손가락질하고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정체성 혼란에 더해 가족 또한 그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책에는 사랑과 지지보다는 정서적 학대와 일탈을 거듭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가감 없이 묘사됐다.
케리는 “나는 우리 가족에게 ‘가발을 쓴 ATM(현금인출기)’이었음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며 “나는 가족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무척 많은 돈을 주었지만 그래도 충분하지 않았다. 가족은 나를 무너뜨려 완전히 통제하려 했다”고 기록했다.
그런 케리에게 음악은 탈출구였다. 그는 “나는 어렸을 때 항상 겁에 질려 있었고, 음악만이 탈출구였다”며 “숨죽인 채 부르는 노래는 나에게 들려주는 비밀스러운 자장가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나에게는 음악이 곧 삶이었다. 늘 음악만이 유일한 계획이었다”고 했다.
책에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문득 떠올랐다는 ‘클로즈 마이 아이즈(Close My Eyes)’ 후렴구, 소니뮤직 최고경영자(CEO) 토미 머톨라와의 결혼생활 등 케리의 내밀한 이야기도 담겼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