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대출 문턱… 대부업 찾은 가구주 비중 4년 만에 ↑

입력 2023-12-10 18:45
서울 시내 한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대출 전단.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1·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대부업체를 찾은 가구주 비중이 4년 만에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신용대출 규모가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이 질 낮은 대출로 밀려난 것이다.

10일 한국은행·통계청·금융감독원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신용대출이 있는 가구주 중 ‘기타 기관 등’에서 돈을 빌린 가구주 비중은 7.9%로 지난해(6.9%)보다 1.0%포인트 올랐다.
‘기타 기관 등’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우체국·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금융기관을 제외한 기타 여신업체, 이른바 대부업체를 말한다. 저신용자가 급전을 빌리려 할 때 제도권 내에서 찾는 마지막 창구다.

대부업체 대출 가구주 비중은 2019년 11.4%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하락해 지난해 6.9%까지 떨어졌지만 4년 만인 올해 상승세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보험회사 신용대출 가구주 비중도 전년 0.8%에서 올해 1.1%로 높아졌다. 이 역시 급전 대출의 창구다.

반면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돈을 빌린 가구주 비중은 78.8%로 1.0%포인트 낮아지며 4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저축은행이나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가구주 비중도 각각 0.2%포인트씩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금리가 오르면서 저축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이 신용대출 규모를 축소하자 신용대출 수요가 대부업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조달·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저신용자를 상대로 한 대출이 일부 중단되는 ‘컷오프 현상’이 나타났다.

소득분위별 ‘기타 기관 등’ 대출 비중을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주에서 13.1%로 가장 컸고, 소득 5분위는 6.4%에 그쳤다.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에 대부업도 대출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나이스(NICE) 신용평가회사(CB) 기준 대부업체 69개사가 내준 신규대출 규모는 950억원으로 전년 동월(3066억원) 대비 69%(2116억원) 감소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