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윤(비윤석열)계 중진 의원들이 10일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도부와 대립하던 혁신위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조기 해산하고, ‘수도권 위기론’마저 재부상하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론이 김 대표에게 제기된 것이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쇄신 대상 1순위는 김기현 대표”라며 “불출마로는 부족하다. 사퇴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어 “(김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던 혁신위는 결국 시간벌기용 꼼수였다”라며 “인요한 혁신위와 당원, 국민 모두 속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낭떠러지로 향한 질주 제일 앞에 김 대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선의 서병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인요한 혁신위 실패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는 전조”라며 “(김 대표가)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비윤계 중진의원들은 다시 고개를 든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책임을 김 대표에게 묻기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최근 내년 4월 총선 판세를 분석했는데, 49곳의 서울 지역구 가운데 국민의힘이 우세한 곳은 6곳밖에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은 “총선 판세는 서울 6석 승리로 나왔다. 이대로 가면 우리당은 내년 총선 100석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 역시 “(서울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부터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국민의힘이 승리한 텃밭”이라며 “국민의힘이 하는 짓에 실망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떨어져 나가니 이 꼴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김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 ‘김기현 1기’ 지도부였던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거는 전쟁이다. 총구는 적을 겨냥해야 한다”며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총선 모드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앞두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 김 대표는 애초 이달 중순으로 잡았던 공천관리위원회 출범 시점을 이달 말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와 혁신위 갈등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공관위 조기 출범을 검토했으나 혁신위의 조기 해산으로 시급한 상황은 해소됐기 때문이다.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표결을 앞둔 국회 상황도 공관위 출범 시기를 미루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위가 본격 운영되면서 컷오프(공천배제)가 시작되면 당내 이탈표 관리가 어려워져서다.
박민지 정우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