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년’이 연 7억불 신기원… 챔프 꿈 좇아 지연 조항도

입력 2023-12-10 17:01
10일(한국시간) 오타니 쇼헤이와 LA 다저스의 계약 소식이 알려진 뒤 다저스 유니폼 차림의 오타니(가운데)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과 함께 서 있는 합성 사진이 메이저리그 공식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됐다. MLB 엑스 캡처

일본 이와테현 오슈시는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400㎞가량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5시간이 넘게 걸린다. 대지 면적은 현에서 2번째로 넓지만 인구는 1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29년 전 이곳에서 태어난 소년이 자라 스포츠사를 뒤바꿨다.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에 성공하며 명실공히 메이저리그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LA 다저스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게 된 오타니 쇼헤이 얘기다.

오타니는 10일(한국시간) 다저스와 자유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저스를 나의 다음 팀으로 정했다”며 “선수 생활을 마치는 날까지 다저스와 전 야구계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를 통해 알려진 오타니의 계약 규모는 10년간 7억 달러(9240억원)다. 2019년 LA 에인절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마이크 트라웃과 맺은 12년 4억 2650만 달러 계약을 아득히 뛰어넘은 야구 사상 최고의 ‘빅 딜’이다. 총 지급액으론 리오넬 메시가 2017~2021년 FC 바르셀로나와 맺었던 계약(6억 7400만 달러)보다도 한 수 위다.

연평균 보수도 압도적이다. 산술적으론 연평균 7000만 달러를 받는 셈인데 이는 스몰마켓 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2023시즌 연봉총액을 웃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탬파베이 레이스 선수단 전체 연봉과도 각각 300만 달러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번 계약엔 전례 없는 수준의 지연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등 빅리그 유력 소식통들은 오타니가 받게 될 돈의 과반이 지연 지급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승에 목마른 오타니가 자신의 대형 계약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이 같은 조항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다저스는 사치세 부담을 덜 뿐 아니라 추가적인 스쿼드 보강에도 나설 수 있다. 상대적으로 헐거운 선발 로테이션이 대표적이다.

올 시즌 전부터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5억 달러 시대’를 열 재목으로 관심을 받았다. 개막 후 투·타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몸값은 치솟았고, 부상으로 시즌을 마치긴 했지만 미국 진출 이래 2번째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그 결과 당초 예상을 훌쩍 웃도는 초대형 계약에 골인했다. 대항마의 부재나 독보적인 마케팅 기대 효과 등도 복합 작용했다.

2024시즌엔 오타니 특유의 ‘이도류’를 볼 수 없다. 페넌트레이스 도중 당한 부상 때문이다. 다만 올해 44홈런을 터뜨린 타석에서의 존재감만으로도 다저스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이 중심을 잡았던 기존 타선에 날개를 단 격이다.

국내 팬들에게도 오타니의 계약은 남다른 의미를 띤다. 내년 3월 MLB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개막전이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맞대결이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주전 내야수인 김하성과의 진검승부도 기대할 만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