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웹툰·웹소설 애니메이션으로… 해외 제작사·OTT 타고 훨훨

입력 2023-12-10 16:31 수정 2023-12-11 10:42
웹툰 '여신강림' 이미지. 네이버웹툰 제공

K웹툰·웹소설이 드라마, 영화에 이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전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국내 작품들이 해외 제작사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의 잇단 러브콜에 날개를 달았다.

미국 OTT 크런치롤은 최근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여신강림’과 ‘선배는 남자아이’, ‘신의탑’ 시즌2 등을 내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여신강림’은 평범한 여고생이 메이크업으로 자신감을 얻으면서 사랑과 꿈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2020년 문가영, 차은우 등이 주연한 드라마로 제작돼 OTT를 통해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애니메이션 '신의탑' 시즌2 이미지. 네이버웹툰 제공

판타지물인 ‘신의탑’은 웹툰 지적재산(IP)으로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의 포문을 연 작품이다. 크런치롤이 애니메이션의 투자・배급사로 참여하고 일본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이 제작을 총괄해 2020년 한국, 미국, 일본에 시즌1이 동시 공개됐다. 1화 공개 당시 미국을 비롯한 13개국의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네이버웹툰은 원천 IP 활용뿐만 아니라 영상 자회사 스튜디오N과 미국에 소재한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통한 공동 제작을 확대해 애니메이션 기획·제작 역량 강화에 나섰다. 스튜디오N은 지난 4월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하나인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웹툰 ‘고수’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 포스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내년 1월 크런치롤에서 공개된다. 국내에선 애니플러스 등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다. ‘나혼렙’은 인류 최약체 주인공인 진우가 세계 최강의 헌터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액션 판타지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에이원 픽처스가 제작을 맡았다. CGV는 애니메이션 1~2화를 담은 ‘나 혼자만 레벨업: 프리뷰’를 오는 13일 선행 개봉해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웹소설 ‘외과의사 엘리제’는 웹툰에 이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악명 높은 황후로 처형당한 첫 번째 삶, 촉망받던 외과 의사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두 번째 삶을 모두 기억한 채 첫 번째 삶의 시작점으로 회귀한 주인공 엘리제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과 웹툰을 합친 국내 누적 조회 수는 약 2억5000만회다. 애니메이션은 일본 카도카와와 마호필름이 함께 제작한다.

애니메이션 '외과의사 엘리제' 포스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업계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웹툰 IP를 주목하면서 웹툰 산업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캐스팅이나 스토리 구현, 제작비 등의 제약에서 영화나 드라마보다 자유롭다는 점도 애니메이션의 강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3720억 달러(약 491조원) 수준이었던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30년 5870억 달러(약 775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노승연 네이버웹툰 글로벌 IP 사업실장은 10일 “다양한 OTT 플랫폼들이 제작·투자·방영을 늘리며 2~3년 사이 애니메이션 팬덤이 한층 넓어졌다”며 “드라마에 이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웹툰 IP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웹툰으로 해외에서 먼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통적인 만화 강국인 일본이 국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