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최근 한 달 간 트럼프에 완패

입력 2023-12-10 07:09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한 달간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완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반격 이후 핵심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지지층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지난달 29일~지난 4일 등록 유권자 1500명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43%, 47%로 나타났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코넬 웨스트, 조 맨친 등 무소속이나 제3당 후보까지 포함한 5자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1%로 트럼프 전 대통령(37%)에게 6% 포인트 차로 밀렸다.

에머슨대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3%로 트럼프 전 대통령(47%)보다 4% 포인트 낮았다. 제3지대 후보군을 포함한 다자대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3%로 바이든 대통령(37%)보다 6% 포인트 앞섰다.

온라인 뉴스매체 메신저와 해리스폴 공동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40%)과 트럼프 전 대통령(47%) 지지율 격차가 7%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46.7% 지지율을 얻어 바이든 대통령(44.7%)을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율 동률(43%)을 이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하기 시작한 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1~2% 포인트 내 박빙 판세를 유지하며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11월 중순 CBS뉴스와 CNN, 폭스뉴스, 마켓대 로스쿨, 퀴니피액대 등이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4% 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하버드 CAPS-해리스폴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 지지를 얻어 바이든(41%) 대통령을 7% 포인트 앞섰다. 이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아랍·무슬림계와 18~34세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지지가 급락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 이탈은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에서도 드러났다. WSJ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율은 3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힌 응답자는 61%까지 치솟았다. 바이든 대통령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답한 응답자도 53%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지지 철회로 이어지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32억 달러 규모 고속철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는 말만 했지만, 우리는 이것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드림웍스 설립자 데이비드 게펀, 가수 겸 배우 바버라 스트라이샌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한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가 가하는 가장 큰 위협은 민주주의”라며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말 그대로 위태롭다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